시멘트 위에 올린 공공미술 공감력 상실
미술전문가 토론 '눈에 보이는 작품 설치' 한계점 지적
"주민 삶-예술 연결…감상 넘어 즐기는 방식 추구해야"

"공공미술이란 이름으로 도시공간에 무언가를 기념비적으로 세우는 것은 이제 지루하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지난 2일 창원대에서 열린 지역사회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은 '예술과 도시재생'이란 주제로 진행됐지만 사실상 요즈음 공공미술에 대한 성토장에 가까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단 도시재생 전문가라고 할 만한 이들이나 관련 행정가들이 주제발표나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로지 미술 전문가들만 참가한 심포지엄이었다.

구체적으로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 이준희 월간미술 편집장, 최종철 일본 미야자키대학 교수, 홍경한 미술평론가가 주제발표와 토론을 같이했다. 이들은 모두 현대미술의 경향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공미술의 현 상황을 한탄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지적한 부분은 삶과 예술이 분리된 '모더니즘' 공공미술이다. 예컨대 구체적인 작품 설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때 작품은 그저 감상 대상일 뿐, 이를 지켜보는 관객 혹은 주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지난 2일 창원대가 주최한 지역사회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예술과 도시재생'이란 주제로 열렸다. /이서후 기자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지향하는 공공예술은 삶과 예술의 관련성을 높이는 것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녹이고 지역 주민과 함께하거나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술가가 의도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방식의 미술 작품이 나타나면 더할 나위 없다.

김재환 학예사가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예로 들며, 올해나 2016년보다 2014년 작품들을 높이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4년에는 퍼포먼스 형식이 많았다. 지역 주민이 참여하거나, 지역성이 담긴 장소에 임시로 설치하거나, 지역 주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작업을 한 것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작품 혹은 행위는 구체적인 결과, 예컨대 조각 작품 같은 것으로 남지 않는다.

김 학예사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행정이 선호하지 않는 작업 방식이기도 하다. 행정은 구체적인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는 집착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후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작품 설치를 중심으로 꾸려진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이준희 월간미술 편집장이 전북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에서 벌어진 '간판디자인 프로젝트'를 소개한 이유도 비슷하다. 2007년에 이뤄진 일이지만, 아직도 이만한 모범 사례가 없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는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면서 진행됐다. 이렇게 만든 공공미술은 주민과 예술가의 공동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독일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도 중요한 사례다. 10년마다 열리는 이 프로젝트는 작은 도시 뮌스터를 공공미술의 성지로 만들었다.

특히 특정한 작품을 도시 안에 던져 주는 게 아니고 10년을 준비하는 동안 지역 주민과 굉장히 밀접하게 관계를 맺으면서 전혀 새로운 차원의 미술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감상의 대상이 아닌 체험하고 즐기는 작품에 관객과 주민들은 열광한다.

최종철 일본 미야자키대학 교수는 이런 공공미술의 경향을 도시재생의 몇 가지 과제로 정리했다. 먼저 도시의 시설과 환경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적 방식이 아니라 도시의 삶을 개선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 도시 개발 사업이 아닌 공공적, 공동체적이고 친목적인 도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공공미술을 집행하고 기획하는 것은 결국 행정이다. 행정이 기획자를 정하고, 기획자는 행정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작품을 설치하는 방식의 행정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공공미술 발전도 힘들다. 홍경한 미술평론가가 여러모로 고민해 봐도 결국은 제도와 정책이 바뀌는 게 우선이라고 역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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