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지나치면 '누의 공과'
마지막 밟은 누만큼 타격 인정

때는 1999년 4월 21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쌍방울과 한화의 개막전.

당시 한화 송지만은 홈런을 치고도 '아웃' 처리됐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사연은 이렇다. 송지만은 6회 말 2사 1루에서 우중간 2점 홈런을 쳤다. 시원시원한 홈런에 스스로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을까. 송지만은 '홈'을 밟지 않고 더그아웃으로 그대로 향했다.

쌍방울 김성근 감독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김 감독은 곧장 심판에게 어필, '누의 공과'로 인한 어필아웃을 이끌어 냈다. 홈런을 치고도 아웃된,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본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3루타'로 기록된 건 당연. 그런데 이 일은 나중에 엉뚱한 곳으로 영향을 미쳤다.

같은 해 5월 9일 프로야구 출범 이래 1만 호 홈런이 부산사직구장에서 롯데 호세 선수에 의해 작성(5회 말)됐다. 대기록 탄생에 모두가 들떠있었을 그때, 나 홀로 씁쓸한 웃음을 지어야 했던 이도 있었으니 바로 양준혁이다. 사실 1만 호 주인공은 양준혁이 될 수도 있었다. 이날 양준혁은 호세보다 앞선 5회 초 홈런을 쳤다. '순서대로' 따진다면 1만 호 홈런이 맞았다. 하지만 어쩌나. 송지만의 본루 공과 사건(?)이 있었는걸. 결국 양준혁은 9999호 홈런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2003년 8월 7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LG 알칸트라는 문학구장 SK전에서 홈런을 치고 어처구니없게도 본루를 제대로 밟지 않아 어필아웃 됐다. 7회 초 LG 공격 2사 3루에서 알칸트라는 좌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트렸다. 룰루랄라 홈으로 들어오던 알칸트라는 세리머니에 신경을 쓰다 그만 홈을 지나치고 만다. 알칸트라의 홈 공과를 눈여겨본 SK 포수 박경완은 투수 조웅천에게 공을 넘겨받아 바로 주심에게 어필, 홈 공과 아웃을 인정받았다. 결국 3루주자 박용택 득점만 인정받아 스코어 역시 4-5가 아닌 3-5로 바뀌고 알칸트라 기록도 좌월 3루타로 강등(?)됐다.

이 같은 '누의 공과'는 주자나 타자가 베이스를 밟지 않고 지나쳐 다음 베이스로 간 경우를 말한다. 타자 혹은 주자 스텝이 엇갈려서 일어나는 이 일은 상대 팀 어필이 있다면 아까운 안타 하나(혹은 홈런)를 잃고 마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단, 어필은 직전 상황이 끝난 후 해야 하며 비디오판독 대상도 아니다.

누의 공과가 나왔을 때 '기록'하는 방법도 있다. 야구 규칙에 따르면 '타자가 안타를 쳤는데 터치를 하지 않아 아웃당하면 안전하게 진루한 마지막 누에 따라 단타, 2루타, 3루타를 결정한다'고 나와 있다. 즉 타자가 2루를 밟지 않고 아웃되었을 땐 단타, 3루를 밟지 않고 아웃되면 2루타, 본루를 밟지 않고 아웃되면 3루타가 되는 셈이다. 또 1루를 밟지 않고 아웃된다면 타수 1을 기록할 뿐이며 안타로 인정되지 않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이 생각나는, 아쉬우면서도 즐거운 야구의 한 묘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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