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중대산업중대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 보고서가 지난달 발간됐다. 재해사고가 높은 조선업의 현실을 반영한 정부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는 노동강도 기준으로는 위험사업장, 고용 형태로는 외주업체나 하청이 산재가 빈발한 곳으로 지목되었고,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2017년 현재 업무상 사고 만인율(만 명당 사고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주목하지 않은 것은 이 세 가지 산업재해 다발 업종이나 사업장에 이주노동자들이 다수 취업해 있다는 점이다. 또 지난 6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상반기 산재 통계에서 5~49인 사업장이 전체 산재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지만, 여기에서도 이주노동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법적으로 비전문 외국인력의 취업이 가능한 곳도 중소기업들이다.

통계청 조사에서 2015년 한국의 노동자 10만 명당 사망재해율은 10.1건으로 비교가 가능한 OECD 국가 중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한국의 심각한 산재 현황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업종이나 사업장에 따라 산재 빈도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산재 피해는 각종 통계로도 입증된다. 2015년 경남이주민센터의 경남지역 취업이주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장에서 한 번이라도 다쳤다는 응답자는 56%에 달했다. 그나마 산재로 처리된 경우는 21.3%에 불과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길고 복잡한 행정 처리 과정, 사업주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사업주로부터 산재 처리를 하지 말도록 권유를 받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들이 산재와 관련하여 두루 취약한 것에 대해 정부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당장 필요한 것은 외국인 고용 사업장 관리 강화다. 전담팀을 둬서라도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높은 산재율은 한계기업의 값싼 인력 공급 수단으로 전락한 외국인력제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소기업의 인건비를 줄이는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현재의 외국인력제도에서는 산재 빈발을 막기 어렵다. 단순기능 분야에 대한 기업의 외국인 장기 고용을 제지하고 숙련된 기능 인력을 양성하는 등 외국인력공급체계를 바탕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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