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과 지역혁신을 기치로 내건 김경수 도지사가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이 기간에 언론과 행정부는 연애 초와 같은 밀월관계를 가졌지만, 이제부턴 현실세계의 눈높이에서 김경수 도정을 평가하고 비판을 가해야 할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김 지사는 겸손한 태도와 더불어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정치지도자의 덕성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미소년의 수줍음을 떠올리게 하는 김 지사의 옅은 미소를 보면 세간의 평이 마냥 틀린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경남도정 책임을 맡은 도지사의 직책이 외모 기준으로만 평가되어선 곤란하다.

현재 경남의 지역적 상태는 김 지사에게 다양한 부문에서 신속한 개입이나 과감한 결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창원과 김해가 서로 이해관계로 갈등을 빚는 비음산터널 논란을 해당 지역에 맡기기보다 경남도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분쟁을 사전에 조정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창원 특례시 추진이나 지방분권과 관련하여 두루뭉술하게 추상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중앙정부에 직접적이고 선도적으로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김 지사가 항상 강조하듯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경남도가 일정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면 다른 지역보다 먼저 정책적 제안을 하는 건 결코 문제가 아니다. 중앙정부에 대립각을 세워서 갈등을 격화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라는 게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이해관계나 관심의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중앙과 지방 사이에서 행정의 허리 역할을 하는 광역자치단체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민들에게 선명하게 각인하여야 한다. 진주의료원 폐쇄, 무상급식 중단, 채무제로와 같은 과거 집행부의 과오를 어떻게 수정하고 개선할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현재처럼 경기불황에 시달리는 경남경제에서 광역자치단체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면서 경기 활성화에 적극 나설 수 있을 때 경제의 혁신이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김 지사는 이제는 입에 발린 좋은 말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뭔가를 이루는 집행부가 되기 위한 실행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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