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출산율·고독사 등 사회문제
'함께 잘 사는' 공동체로 풀어보자

최근에 읽은 책의 표지에 재미있는 글귀가 있었다. 저자로부터 사인이 된 책을 선물로 받았는데 책 표지의 그 글귀가 무릎을 탁 치게 해서 단숨에 읽은 책이다.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마을공동체 탐사기'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혼자는 외롭다. 그렇지만 함께한다는 것이 간단치는 않다. 괴로울 때가 많다. 모든 갈등은 사람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 우리 현실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동업하면 싸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동안 내가 다녀 본 국내외 공동체가 10여 곳이나 되고 공동체 관련 책이나 토론회도 많이 접했지만 이 책의 특징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잘 운영되고 있는 마을이나 공동체를 18곳이나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최근의 집값 폭등문제가 떠오르면서 해답이 '같이 사는' 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주거뿐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출산, 육아, 교육, 고독사, 비혼 등도 말이다.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겠다고 수도권에만 공공택지 17곳을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며 선정했지만 반발이 벌떼처럼 일어나고 있다.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 해당 주민들의 이유고 교통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이유도 있다. 지금처럼 삶의 지나친 개별화가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집값뿐 아니라 출산율 저하, 자살, 성인병, 조울증과 조현병, 노년에 대한 불안, 노인 자살률 증가, 가족 폭력 등 온갖 '선진국병'이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자본은 시장의 확대를 위해 끊임없이 파편화된 개별 삶을 부추긴다. 예전 같으면 한 집에 많게는 10여 명이 같이 살았다. 지금은 한 명씩 사는 집이 늘고 있다. 집이 두 채 이상인 사람도 있다. 기존의 많은 집이 선호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현실에서는 아무리 집을 더 지어도 집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특히 집이 주거공간이라기보다 투자수단이 되는 우리 현실에서는 더 그렇다. 통계에 따르면 이미 주택보급률은 최대 113%에 이른다.

책에 주요하게 등장하는 공동체 대표들이 저자와 함께 공개 대담자리를 마련한다기에 갔었다. 10여 가구가 같이 사는 서울시내의 어떤 공동체는 5성급 호텔보다 더 완벽한 주거 공간에서 살면서도 한 달에 25만 원 수준에서 공과금까지 다 해결한다고 했다. 한 달 25만 원이면 내가 사는 시골에서도 월세 얻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해외여행도 같이 다닌다고 했다.

역시 서울 어느 공동체는 1인당 한 달에 9만 원으로 밥을 다 해결한다는 것이다. 밥하는 것에서 해방(!)된 가족들이 집 밥보다 나은 밥을 먹는다고 했다. 같이 살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공동체들인 것이다. 놀라운 일이지만 그동안 내가 다녀 본 공동체들을 떠올리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각자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집안을 둘러보면 그렇다. 신발? 옷? 모자? 장갑? 양말? 다 넘치게 많다. 자동차나 티브이는? 노트북은? 가전제품은? 성능이 좋아 신형을 구입했지만 구형은 아까워서 그냥 가지고 있다. 대기업에서나 가지고 있던 빔프로젝터를 요즘은 개인들도 갖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휴대용 초소형 빔프로젝터도 새로 산다. 꼭 필요할 듯해서 사지만 1년에 몇 번 쓰지는 않는다. 승용차가 한 대 있지만 경차나 트럭을 하나 더 사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탁기나 대형티브이, 트럭, 빔프로젝터 등 우리가 같이 써도 되는 물건들을 각자 갖추려다 보니 집이 넓어야 하고 생활비나 관리비도 더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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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단지 비용문제로만 따질 수는 없다. 함께 잘 산다는 것은 많은 사회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것이 될 수 있다. 이 책, <우리는 다르게 살기로 했다>가 정책 입안자들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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