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구역은 갯벌 그대로
백사장에만 겨우 20㎝ 두께 모래 깔아 개장
시 "예상한 문제…내년 3000㎥ 추가 계획"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해수욕장 '흙탕물' 원인이 밝혀졌다. 물놀이구역 갯벌에 모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폐쇄 이후 16년 만에 올해 재개장한 광암해수욕장 이용객들은 탁도 문제를 제기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흙탕물이 일어난 탓에 '떡모래'를 해수욕장에 깐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었다. 떡모래는 쉽게 말해 흙이 섞인 '저질 모래'이다.

백사장에 모래를 채워 넣은 지 4개월여가 흘렀기 때문에 떡모래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광암해수욕장은 물때에 따라 바닷물이 백사장을 덮는다. 썰물 때 모래가 쓸려가며 흙도 씻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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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 광암해수욕장 마무리 공사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광암해수욕장이 위치한 지역은 갯벌이 발달했다. 1976년 당시 갯벌에 모래를 채워 넣어 조성된 해수욕장은 2002년 폐쇄 이후 썰물 때 모래가 쓸려가 다시 갯벌로 변해버렸다.

해수욕장은 백사장과 물놀이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창원시는 해수욕장 개장에 앞서 길이 220m, 너비 30m인 백사장에 의령군 남강 백곡지구 강모래 2060㎥를 채워 넣었다. 그러나 물놀이구역에는 모래를 깔지 않았다. 해수욕객이 갯벌인 물놀이구역에서 활동하면 흙탕물이 일 수밖에 없었다. 개장 초부터 탁도 문제가 제기된 이유다.

지난 8일 오후에 모래전문가인 골재업체 대표, 창원시 공무원과 함께 광암해수욕장을 둘러봤다. 해수욕장 조성 과정, 떡모래 논란, 백사장 모래 투입 양 등을 종합해 점검했다.

창원시 진북면에서 골재업체를 운영하는 임창준(38) 씨는 제대로 된 해수욕장을 만들려면 백사장·물놀이구역을 합쳐 모래 2만 ㎥를 채워 넣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갯벌을 모두 걷어내고 모래를 채우든지, 갯벌에 모래를 깔더라도 두껍게 깔았어야 했다는 말이다.

지난 3월 7일, 5월 16일 두 차례 광암해수욕장 평탄 작업이 진행됐다. 이어 6월 4일부터 10일까지 20㎝ 두께로 백사장에 모래가 채워졌다. 즉, 손으로 20㎝만 파면 갯벌이 드러났다는 말이다. 임 씨는 "50㎝를 파더라도 모래가 있어야 하는데 광암해수욕장은 20~30㎝만 파면 갯벌이 드러난다. 모래사장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백사장에만 깔더라도 1만 ㎥는 깔아야 했다. 손으로 파고 파더라도 모래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채워 넣어야 했다"고 말했다.

물놀이구역에도 백사장에 채워 넣는 양만큼 모래를 깔아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해수욕객이 모래가 아니라 갯벌에서 물놀이를 했으니 흙탕물이 일어난 건 당연했다.

임 씨는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갯벌이었던 곳에 20~30㎝만 모래를 깐다고 해서 해수욕장이 되겠느냐. 안 좋은 소리가 나올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창원시 담당자는 "갯벌이 드러나 있는 상태로 개장해 흙탕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첫 개장이라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다"며 "첫해 상황을 보고 진행하는 것이라 모든 문제점을 예상할 수 없었던 것도 있다. 사전에 문제가 예측되더라도 갯벌에 의한 흙탕물은 감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봤다"고 해명했다.

창원시는 탁도 문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 깐 모래에 더해 3000㎥를 백사장·물놀이구역에 채워 넣을 계획이며, 해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해수유통구 설치 등 시설 개선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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