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개발 탓 훼손 잦아
각종 공사 전 확인 필수
'지정 예정 상태'로 봐야"

땅속에 파묻혔다 발굴한 '소답동 마애석불좌상'을 계기로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비지정문화재는 법이나 조례에 따라 관리되지 않는 문화재를 말한다. 대부분 개인 소유이며 행정기관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근거가 없어 보존에 앞서 현황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비지정문화재를 앞으로 어떻게 보존해야 할까? 현재까지 알려진 비지정문화재를 모조리 지정문화재로 만드는 것이 최선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마을 대대로 내려온 비지정문화재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게 보존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에 있는 '퇴기백영월영세불망비'. 백영월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북동 주민들이 건립한 것으로 전해진다./이미지 기자

현재 도내 비지정문화재를 '제대로' 알 방법은 많지 않다. 2000년대 초반 시군별로 작성한 문화유적분포지도 책자를 보는 것인데, 시·군별로 비치해놓은 형편이 다르다.

또 지역 도서관을 찾더라도 관련 자료를 찾기 어렵다. 20년 전 서적이나 비지정문화재가 빠진 통계집이 대부분이다.

또 다른 방법은 문화재보존관리지도(http://gis-heritage.go.kr)에서 검색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명칭과 위치를 알지 못하면 아주 번거롭다.

이에 대해 창원대박물관에서 일하는 한 학예사는 "동네마다 방치된 비지정문화재를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비지정문화재를 대대로 남기는 일"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비지정문화재라고 해서 문화재보다 크게 훼손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 누가 지정·비지정을 나눠 건드리겠는가? 오히려 비지정문화재를 세세히 알리면 도굴 가능성이 커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지정문화재 훼손은 지역 개발 사업 이유로 일어나고 있다. 이는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지정문화재를 찾아내더라도 현장을 확인하면 사실과 다른 경우가 빈번하다.

창원 소답동 162번지에 있다는 '영모재'도 이런 사례다. 창원시가 발간한 <2003 문화백서>에 나온 비지정문화재 가운데 고건축 '영모재'를 찾아나섰지만 만날 수 없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인들은 소답동 162번지는 현재 주소 개편으로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조사 결과 '영모재'는 본채와 별채 사이로 나누어진 김종영 생가의 재실이었고 이는 도로공사 등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경과를 알 수 없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있는 '완천각'. 비각 내에 '마산부내서면장최장한공덕불망비'가 세워져 있다. 주민들이 내서면장으로 재직한 최장한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1913년 비와 비각을 세웠다. /이미지 기자

비지정문화재는 앞으로 지정될 가치가 있는 문화재로 바라봐야 하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소답동 마애석불좌상은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공무원들이 굴착기를 들이밀기에 앞서 문화재를 살펴야 하는 지침을 확인하지 않아 일어났다.

이는 마애불을 산신으로 모시며 매년 제사를 지낸다고 전해내려오는 석불상뿐만 아니라 마애불 옆의 약수터가 물이 좋아 병자를 치유하는 데 영험이 있다고 믿는 주민의 삶도 함께 묻히는 것이다.

김해에서 일하는 한 학예사는 "개발 사업을 하기 전에 문화유적뿐만 아니라 비지정문화재를 확인하는 게 먼저다. 하지만 잘 안 된다. 특히 동산은 분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발견 신고를 즉시 해야 한다"며 "문화재 관련 부서뿐만 아니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역에서 향토 연구를 하는 한 전문가는 "창원시가 소답동 불상을 계기로 비지정문화재를 조사해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학예사가 단 1명뿐이다. 과연 이런 처지에서 제대로 된 문화재 보존·관리 방안이 나올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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