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NC사랑' 야구 잘 아는 할머니
야구 보려 남편과 TV 쟁탈전
"NC 내년엔 1등 하지 않을까"

'야구를 즐기는 데 나이는 상관이 없다.' 진부할지도 모를, 그러면서도 막상 이렇다 할 예를 보기는 쉽지 않을 이 말을 몸소 증명하는 분이 있다. 올해 여든여덟. NC다이노스와 7년 넘게 동행 중인 이효연(창원시 진해구) 할머니다.

할머니는 젊었을 적 롯데 경기로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평소 축구·농구·배구 등 TV로 스포츠 경기를 즐겨 봤던 터라 야구도 거부감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야구에 빠져 살 순 없었다. 진해에서 나고 자란 할머니에게 부산을 연고로 한 롯데는 조건 없는 애정을 주기엔 뭔가 부족했다.

세월 흐르며 조금씩 식어가던 할머니의 야구 애정을 사로잡은 건 NC다. 내 고향을 연고로 한 팀, 우리 팀이라는 자부심은 여든의 할머니를 다시 TV 앞에 앉혔다. "나는 '테레비'로 보는 게 편해. 집에서 혼자 보다가 홈런이라도 나오면 손뼉치고 난리지. NC가 이기는 날이면 스포츠 뉴스 하이라이트까지 꼬박꼬박 챙겨 보고."

창원 마산야구장 스카이박스 관람석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 이효연 할머니. /이효연

그 사이 할머니는 기본적인 야구 룰도 하나씩 익혀갔다. 매 시즌을 빠짐없이 챙겨 보면서 '판세 흐름'과 팀 내 변화도 꿰고 있다. "올해는 한화가 잘하더라고. SK도 마찬가지고. NC는 올 시즌 초반에 반짝 1위를 하기도 했잖아. 그러다가 꼴찌로 떨어지더니 올라올 줄 몰라. 참 속상해. 개인적으로는 투수진이 더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 군대 간 김태군 빈자리도 느껴져. 잘 받고 잘 쳤는데 말이야. 올해 경기를 보면 가끔 투수 공이 뒤로 빠질 때, 포수가 후딱 마스크를 벗고 찾아야 함에도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 보여. 아직 어려서 그런가 봐."

할머니 야구 사랑은 이웃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댁에서 담소를 나누다가도 야구 할 시간이면 어김없이 TV를 트는 할머니 모습은 '참 대단하다'는 감탄을 이끌어낸다고. 이 모습을 못마땅해(?) 하는 분도 있다. "집에 할아버지는 야구를 안 보거든. 안방 TV를 두고 할아버지는 뉴스 틀자 하고 나는 야구 계속 보자고 해서 싸우기도 하지. 결국 뉴스 시간에는 내가 거실 TV로 야구를 보는데, 할아버지는 '야구 안 나오는 TV를 하나 사야겠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해. 주말 낮 경기 때는 할아버지 밥 차려주고 나서 나는 밥 들고 TV 앞으로 가지."

올해 '가을야구'가 없어 할머니와 NC의 동행은 조금 일찍 막을 내렸지만 할머니 마음은 이미 내년을 향하고 있다. "내년에는 1등 하지 않을까 싶어. 새 야구장 다 지으면 한 번 구경은 가 봐야지. 젊은 사람들은 야구장 시설이 어땠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데 나는 그런 거 상관없어. 그냥 이기는 게 최고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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