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도 정치도 '뿌린 대로 거둔다'
탐욕이 아닌 양심의 씨앗 심어야

찬이슬 내린다는 한로다. 지난여름 덥고 견디기 힘든 긴긴 고난 속으로 걸어온 탓에 이 가을 수확을 예감하는 마음들은 어느 가을보다 간절하다. 수확의 인과관계에 대한 계산법은 가을 들녘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른바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성인의 말씀이 새삼스럽게 세상을 두루 살펴보게 하는 것은 그저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의 삶 도처에서 암 덩어리처럼 확산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앙들은 결국 인간의 잘못에서 시작된 결과들이므로 인간이 뿌린 탐욕의 씨앗들이 무한대로 창궐하면서 나타나는 수확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증거들인 셈이다. 탐욕은 인간이 지은 원죄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탐욕 때문에 분노가 생기고, 분노할수록 점점 더 어리석어지면서 탐욕의 크기는 우주를 채우고도 넘친다.

생물 종의 다양성이 파괴되어 가다 보면 머잖아 인간의 종도 변질되고 소멸할 것이 분명하다. 좀 성급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감소 현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신생아 출생 숫자의 감소와 여성 불임 확산, 남성 정자 수 감소와 약화 현상도 생물 종 다양성 파괴 현상의 하나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농약과 인공 비료의 과용으로 토양 미생물이 감소하고 토양의 사막화 역시 인간 탐욕이 뿌린 씨앗의 결실이다. 식물을 사료로 먹고 단백질을 만드는 소·돼지 등 가축들의 생태도 위협받게 마련이다. 집단 사육하는 돼지·닭·오리·칠면조·소의 살점을 먹이로 삼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더는 희망을 말하기엔 너무나 뻔뻔하다.

바닷물고기의 거대한 양식장이 바다를 채워가고, 민물고기 양식 또한 절망적인 팽창으로 인간 탐욕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는 중이다. 도시화는 괴물이 된 지 오래다. 도시화 탐욕의 씨앗은 전 지구를 시멘트와 철근으로 뒤덮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질병·굶주림·전쟁과 무기라는 폭력을 수확물로 떠안고 있다. 우리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부동산 문제도 탐욕의 씨앗에서 자라난 독버섯이다.

정치 이데올로기와 이념 문제도 탐욕의 씨앗에서 비롯된, 인간에게서 시작되어 인간을 소외시키고, 죽이는 기이한 논리의 수확물이다. 남북관계도 어김없이 '뿌린 대로 거두는' 인과의 현장이다. 이른바 화해와 공동번영은 참으로 좋은 말이다. 그 이전에 화해가 필요하게 된 불화의 씨앗이 화해라는 결실로 나타나는 것을 순순히 지켜보고 도와줄 수 있을지는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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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문제란 다름 아닌 불화의 씨앗이고, 그 이전 통치 지형의 탐욕이 불화를 만들었으며, 불화가 핵무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화해와 공동번영에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이 긴 시간이 걸려야 할 것이다. 그 긴 시간 무섭게 빠른 속도로 경쟁하고 있는 자본주의 독물은 변화의 물살에 과연 견딜 수 있을지도 큰 두려움이다.

대학 입학시험제도, 최저임금, 노인 문제, 정치의 불신 등도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것이다. 탐욕의 씨앗이 아닌 양심의 씨앗을 뿌려야만 제대로 된 가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양심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다. 모든 사람이 하나의 양심을 나누어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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