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이사회 열어 안건 통과 19일 주총서 확정
"제품개발경쟁력 제고위해 R&D분야 법인 신설"
노조, 파업불사 저지 결의 "생산 하청기지 전락"

한국지엠이 법인 분리를 추진하자 한동안 잠잠했던 지엠(GM)의 공장 매각 혹은 한국 내 사업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지엠은 산업은행(이하 산은)과 노조 반대에도 연구개발(R&D) 분야 법인 신설을 추진하면서 노사 갈등, 한국정부와 갈등을 재점화하고 있다.

한국지엠 사측은 글로벌 제품 개발 경쟁력을 높여 한국 법인 위상을 강화하려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밝히지만 노조는 생산과 연구개발을 분리해 매각을 손쉽게 하거나 한국에서의 사업 철수를 염두에 둔 조치라며 반발한다. 산은은 한국지엠 사측의 일방적 추진은 올 4월 말 맺은 기본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5일 자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소식지 <민주광장(1167호)>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 4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산은 추천 이사는 반대했지만 표결에 밀려 해당 안건이 의결됐다. 이사회를 통과한 법인 분리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주총 개최일을 오는 19일로 확정했다.

이날 통과된 안건 핵심 내용은 기존 한국지엠 법인 이외 인천시 부평 본사 내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부문)을 연구하는 엔지니어링센터와 디자인센터, 연구개발 시설 등을 묶은 별도 법인 신설이다.

이 안건이 최종 확정되면 기존 법인은 부평·창원공장 차량 생산을 담당하고,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 R&D 분야는 신설 법인이 담당한다. 한국지엠 측은 이 법인 분리를 경영정상화 계획의 하나라고 밝힌다.

또한, 연구개발 부문 법인 설립은 오히려 한국지엠 역할의 중요성을 지엠(GM) 본사가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GM 본사와 글로벌 R&D 강화로 신규 투자와 고용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세운다.

이에 2대 주주인 산은은 GM의 국내 신설 법인 추진을 두고 주주총회 개최를 막고자 가처분신청서를 지난달 인천지방법원에 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GM 측이 신설법인의 구체적 내용과 기대되는 효과·목적 등을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기본협약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 노조(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7월 법인 분리 계획을 접하고서 2개월 넘게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안건 협의를 위한 특별단체협약 교섭을 사측에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오는 1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서를 내겠다고 예고하는 등 쟁의권 획득 절차에 들어갔다. 파업을 해서라도 막겠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지부는 소식지에서 "사측이 법인분리를 강행하면 노조는 끝까지 막아낼 것임을 공언한다. 또한, 주총을 막기 위한 대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혀 노사 간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지부는 법인을 분리하면 이후 GM이 신설 법인을 손쉽게 해산할 수 있고, 생산법인은 GM 물량만 쳐다보는 완전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지엠의 법인 분리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될 전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는 오는 10일로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을 참고인으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한, 국회 정무위도 오는 22일 국감 때 최종 한국지엠 부사장을 증인으로, 임한택 지부장을 참고인으로 각각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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