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하차 중 부상·의식불명 등 사고 잦지만 녹화 안 돼
행정·업체 제재 부재 속 운전자 작동 미확인 부지기수

사건·사고 증거자료로 활용되는 시내버스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월 10일 오후 4시 20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정류장에서 80대 노인이 시내버스에서 내리다 길바닥에 쓰러져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ㄱ(여·80) 씨는 머리 부위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다.

버스 CCTV는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았다. 앞에 있던 시내버스 CCTV에는 버스가 정차한 뒤 첫 번째 승객이 내린 후 얼마 안 돼 ㄱ 씨가 길바닥에 쓰러지는 장면이 찍혔다.

경찰은 ㄱ 씨가 든 가방이 버스 문에 걸려 넘어졌는지, 문을 열고 버스가 출발한 '개문발차'에 따른 것인지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마산중부경찰서는 사고 버스 앞뒤에 있던 버스와 주변 주정차 차량 CCTV 분석을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했다. 16일에는 공단과 함께 현장조사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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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내버스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남지역에서 2014년 211건(사망 5명, 부상 363명), 2015년 198건(사망 5, 부상 327), 2016년 202건(사망 6, 부상 320), 2017년 169건(사망 1, 부상 249), 2018년 상반기 92건(부상 144)이 발생했다.

시내버스 CCTV는 중요한 사고 증거자료인데 관리는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 씨 사고와 관련해 운전사는 CCTV를 켜지 않은 채 버스를 운행했다. 출차하기 전 기기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업체가 법적으로 버스 기사 책임을 묻지는 못한다.

창원시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설치·관리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분기별 1회 시내버스 업체를 점검한다. 이때 CCTV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행정조치를 하는 게 전부다.

CCTV 노후화와 불량률도 높아지고 있다. 창원지역에 13개 버스업체가 운행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난 업체의 경우 CCTV를 10년 넘게 사용했다. 버스에 진동이 발생할 경우 '접촉 불량' 등 문제가 생겨 녹화가 안 되는 일이 잦다. 녹화됐더라도 화질이 안 좋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업체는 비용 부담 때문에 새로 바꾸기보다 고쳐서 사용한다.

시내버스 업체는 CCTV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운전자에게 확인하라고 교육을 하지만 버스 기사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사고 버스 운전사도 "회사에서 주의를 주는데 깜빡깜빡 잊고 안 보는 경우가 많다. 오후 근무자는 아침 근무자가 확인했다고 생각하고 거의 안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면 CCTV 관리 부실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창원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지난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신교통 추진준비단' 설치를 주문했다. 허 시장은 6·13지방선거 당시 대중교통 공약으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내세웠다. 시는 지난 8월 추가경정예산안에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에 따른 연구용역비' 9억 7000만 원을 편성했고, 지난달 시의회에서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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