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불신'없애기에 온힘
중학교도 수행평가 100% 가능
부모 우려·제도미비 도입 더뎌
서술형 평가·자유학년제 확대
"교사·학부모 연수로 변화 노력"

'초교-중학교 평가방법 불일치' 문제는 초등학교에서 없앤 지필고사를 중학교 1학년부터 곧바로 치르는 당혹감, 적응, 불안함에만 그치지 않는다. 수행평가에 대한 불신, 평가를 하는 교사에 대한 신뢰, 대학입시제도 등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경남도교육청 중·고등학교 평가 기본방침은 '전 과목 과정중심 평가 확대'다. 즉, 중·고등학교도 일제식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배움·과정중심 수행평가가 100% 가능하다. 제도는 열려 있지만 학생·학부모·교사 불안감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도교육청은 교사 인식개선을 통해 다양한 평가 방법을 도입하고 학교 문화를 바꾸고자 우수사례 공모·연수를 하고 있다.

'2018학년도 경남 중·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 시행 지침'에 따르면 '교과학습발달 상황의 평가는 지필과 수행 평가로 구분해 시행하되 과목 특성상 수업활동과 연계한 수행 평가만으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학교 지필평가는 학기당 2회 이상으로 하되, 주당 2시간 미만인 교과나 수행평가 비율이 60% 이상인 교과는 1회 할 수 있다. 체육·예술(음악·미술) 교과는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산출할 수 있다. 하지만, 한 학기 2회(중간·기말고사)를 1회로 줄인 학교를 찾아보기 어렵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수행평가는 과목에 따라 문제가 미리 공개되고, 프로젝트 수업 등 협업을 통한 공통 과제가 많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필평가를 통해 등위가 가려지길 바라고, 한 번의 지필평가로 성적을 가린다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전보다 수행평가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지필평가 횟수를 줄이는 데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학교 평가방법 역시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전 과목 과정중심 수행평가 100%가 기본 방침이지만 대입 등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홀로 앞서나가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은 초등학교 과정중심 평가와 연계하는 타개책으로 중학교 지필평가에서 서술형 평가 반영 비율을 높이고 있다. 초등학교 단원 평가 역시 대부분 서술형이다.

교육청 지침에 따르면 중학교 서술형 평가는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역사)·도덕 과목은 환산 총점의 50% 이상 서술형 평가를 하도록 했다. 2020년 이후에는 전 과목 50% 이상 서술형 평가가 이뤄진다. 고교는 환산 총점의 30% 이상이다. 환산 총점은 지필+수행평가를 합친 최종 점수를 뜻한다.

도교육청은 "최종 성적 100점 만점에 1차 지필평가 35%, 2차 지필평가 35%, 수행평가 30%라고 가정해보자. 환산총점의 50%를 만족하려면, 1·2차 지필 평가 100점 만점에 각각 서술형 평가가 72점은 돼야 한다. 타 시·도는 지필평가만 서술형 평가 반영비율이 포함돼 있거나, 서술형 평가가 수행평가에 포함된 경우가 많다. 경남의 서술형 평가 반영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자유학년제도 확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체 중학교 49%가 자유학년제를 시행해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지필평가를 치르는 학생이 줄 전망이다. 도교육청이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교사 인식 개선이다. 지난 3월 과정중심 평가 사례집을 전 중·고교에 배부하고 올해 2000여 명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다양한 수행평가를 하고 싶어도 학부모 목소리가 높아지면 교사들은 위축된다. 학생·학부모의 수행평가에 대한 불신이 지필평가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교사, 학부모 연수를 더욱 확대해 평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주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마산지역 대표는 "학교와 교육청은 학생들의 성취 동기만 생각하고 있어 시험을 놓칠 수 없다. 학생의 흥미와 재미, 탐구 과정을 들여다보는 내재 동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수행평가 역시 평가 수단으로 전락해 학생 개인의 발달 과정을 들여다보는 취지대로 운영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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