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 경남 비지정문화재 관리실태
훼손 우려에 보존 대책 요구 커
도내 관련 자료·문서 보완 필요
문화재청 세부 계획 마련 안 돼

얼마 전 '창원 소답동 마애석불좌상'이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주민운동장에 파묻혔다 다시 발굴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비지정문화재여서 몰랐다는 창원시 공무원들의 무관심 행태로 일어난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경남도내 비지정문화재 관리실태를 1·18면 '몰비춤'으로 집중 진단했다.

소답동 사태 이후 허성무 창원시장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역 내 문화재 보존·관리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앞서 비지정문화재의 현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창원 소답동 마애석불좌상, 문화유적분포지도에 나와 있는 사진이다.

여전히 비지정문화재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허공의 메아리다. 비지정문화재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지정'이라는 이유로 도내 지자체 어디도 정확한 현황과 통계를 말하지 못했다.

비지정문화재는 말 그대로 국보나 보물, 등록문화재 등과 달리 법이나 조례에 따라 관리되지 않는 문화재를 말한다. 사찰과 비석, 정자 등 개인 소유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어 비지정문화재라고 분류하며, 더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문화재청이 나서 문화재돌봄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1400여 개를 관리하고 있다.

도내에 있는 비지정문화재는 몇 개일까?

창원시에 따르면 시에 있는 비지정문화재는 862개(곳)다. 2004년 향토유적 조사 결과로 13년 전 자료다.

김해시가 파악하고 있는 비지정문화재는 139개(곳)다. 이 또한 1998년에 벌인 문화재 분포지도에다 2013년에 진행한 보완 조사를 더한 것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20년 전 문화재청이 지자체별로 문화재 분포지도 사업을 지원했다. 이 당시에 비지정문화재 조사가 이뤄졌다. 이후 김해시는 자체 보완 조사를 한 번 했고, 건축·건설 사업 관련 때마다 비지정문화재를 살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남도는 도내 비지정문화재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몇 달 전 도내 17개 시군으로부터 비지정문화재 현황 자료를 받았지만, 관련 문서가 부실하거나 현황을 제출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도 관계자는 "비지정문화재는 지자체 고유사무로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군에서 관리하게 되어 있어 도가 나서 별도로 현황을 관리하기 어렵다. 또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공무원이 인지하면 비지정문화재가 되고, 개인이 집안에 놔두면 그걸로 끝인 셈이다"고 전했다.

창원 소답주민운동장 공사 중 사라졌던 마애석불좌상이 지난 9월 발견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경남도는 2000년대 초반 시군별로 작성한 문화유적분포지도 책자가 도내 비지정문화재와 관련한 자료라고 했다.

현재 비지정문화재 관련 민원은 문화재청 국정감사 때마다 거론될 만큼 전국적이다.

한 번 훼손하거나 소실하면 원형을 되찾을 수 없기에 전국 각지에서 관련 예산 마련과 보호책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비지정문화재의 정의와 기준을 구체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부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지정될 가치가 있는 문화재로서 비지정문화재를 바라봐야 할 때 행정기관들은 실태조사도 관리도 어렵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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