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성찰, 새 희망'을 주제로 내건 '2018 밀양푸른연극제'가 지난 5일 오후 8시 개막했다. 개막제 축하공연작으로는 가족 음악극 '캔터빌의 유령'(신나는 극단 하늘 나는 오징어)이 초청됐다.
'캔터빌의 유령'은 지난 2월 이윤택 전 밀양연극촌 이사장의 미투 사건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의미를 드러내려 애쓴 흔적이 엿보였다. 하지만 가족 음악극이다 보니 무거운 주제를 얘기하기엔 좀 가벼운 분위기로 다가와 몰입도가 높지 않았다.
'캔터빌의 유령'은 아일랜드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소설이다. 캔터빌성에 살았던 주인(공작)이 아내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300년 동안 먹지고 마시지도 죽지도 못하고 쇠사슬에 묶여 집안에 갇혀 있었는데, 캔터빌성에 이사 온 가족들에 의해 주인이 아내를 직접 살해한 건 아니지만 죽게 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이사 온 주인들은 죽은 아내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주인은 300년이 지난 지금 "미안해요"라고 오열하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죽은 아내도 치유를 받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런 내용은 이윤택 전 이사장이 징역형을 받았지만 미투 고백을 한 피해 연극인들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깊은 상처가 치유될 것이라는 은유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개막제에서 박일호 밀양시장은 "밀양연극촌은 아픔이 있었고 폐쇄를 고민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중단해선 안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시민들이 있었기에 오늘 푸른연극제가 있는 것"이라며 "연극은 자율성이 크면 개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밀양연극제는 공존·화합 역할을 해야 한다. 연극제 복원과 재건을 위해 많은 이들이 도움을 줬다. 세계적인 연극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밀양연극제는 지난 17년간 이윤택 사단에 의해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로 열렸지만, 올해는 젊은 연극인들이 연극제를 살려야 한다는 각오로 축제 명칭과 일정을 바꿔 개최했다. 푸른연극제 작품들은 오는 9일까지 밀양연극촌과 밀양아리랑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초청작 12편과 낭독공연 공모 선정작 7편, 밀양시민생활예술 프린지 공연 10편 등 모두 29편이 관객을 만난다. 지난 6일 오후엔 태풍에도 무릅쓰고 '전문가 초청 포럼'과 '젊은 연극인 토크 라운지'가 마련돼 국내외 연극계·공연예술축제 전반에 관한 발표를 듣고 관객과 대화 시간도 가졌다.
8~9일 남은 작품을 보려면 지금 예매하면 된다. 초청작은 일반인 2만 원. 밀양시민 1만 원, 학생 5000원이고 낭독 공연과 프린지 공연은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