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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각((不刻)의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4일 개막한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오는 14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용지공원, 성산아트홀 등에서 국내외 작가 70여 명의 작품 225점을 볼 수 있다. 올해 비엔날레를 주관한 창원문화재단은 개막 보름 만에 관람객 3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히며 작품을 만지고 놀 수 있는 용지공원 내 '유어예(遊於藝)' 마당이 발길을 붙잡았다고 자평했다. 여전히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낯설다면 키워드 11개를 참고하자. 올해 비엔날레를 압축해 정리했다.

#조각

재료를 새기거나 깎아서 입체 형상을 만든 작품이며 미술의 한 분야다. 주로 나무와 돌, 금속 등으로 만든다. 회화와 마찬가지로 구상, 비구상으로 나뉘며 정통적인 조각의 개념이 허물어지고 있다.

#비엔날레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시회를 일컫는 이탈리아어.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가 가장 유명하며 유서가 깊다. 국내는 1995년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부산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 전남국제비엔날레 등이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비엔날레 열풍이 과연 바람직한지 되돌아보자는 미술계의 목소리가 높다.

#창원조각비엔날레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업적을 기리려고 지난 2010년 시작한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에서 출발했다. 창원시가 2012년부터 2년마다 총감독을 초청해 행사를 벌이고 있으며 올해는 창원문화재단이 주관했다. 창원시는 비엔날레로 조각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년마다 도심에 작품을 영구설치하고 있다. 올해는 16점이 용지공원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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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의 집에서 볼 수 있는 미디어 아트.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젊은이들의 작품이 오묘하게 어울린다. / 이미지 기자

#문신(1923~1995)

마산 출신 1세대 조각가. 유년시절을 마산에서 보낸 후 파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 노년을 마산에서 보냈다. 이 기간 마산에 미술관을 건립했고 타계 후 유언에 따라 시에 기증됐다. 마산합포구 추산동에 있는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다. 문신을 대표하는 작업은 '시메트리(대칭성)'다. 원과 선이 중첩되고 반복되는 3차원 형태와 리듬, 균형을 갖춘 작품은 문신을 상징한다. 한편 창원시는 문신의 업적과 예술혼을 기리고자 매년 문신미술상을 시상하고 있다.

#김종영(1915∼1982)

창원 출신 1세대 조각가·교육자. 한국 현대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불린다. 창원 출신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의 동시 '고향의 봄'에 나오는 '울긋불긋 꽃대궐'이 김종영 생가로 알려져 있다. 깎기는 깎지만 깎지 않은 것 같은 상태, 스스로 그렇게 되어 있는 것 같은 상태를 말하는 '불각'이 김종영의 정신이다. 서울 파고다 공원에 건립한 '3·1독립선언기념탑'이 손꼽힌다. 서울 김종영미술관은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고 조각에 전념하는 젊은 작가를 후원하고 있다.

#불각(不刻)의 균형

김종영의 '불각'과 문신의 '균형'으로 창원 조각의 정체성을 표현한 말. 윤범모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은 두 조각가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려고 두 작가의 예술적 키워드를 올해 비엔날레 기치로 삼았다.

#윤범모(66)

국내 큐레이터 1호이자 미술평론가. 현재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로 있다.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고 광주비엔날레 책임 큐레이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최근 102살 현역 화가인 김병기 작가를 인터뷰한 <백 년을 그리다>를 출간해 국내 근현대문화사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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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용지공원 유어예 마당에서 노는 관람객들 모습. / 창원문화재단 제공

#유어예(遊於藝) 마당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주무대이자 핵심어. 관람객 누구나 작품을 자유롭게 만지고 놀 수 있는 용지공원 내 놀이터를 유어예 마당이라고 이름 지었다. 윤범모 총감독이 공자가 '예술에서 노닐다'라고 말한 유어예(遊於藝)에서 따왔다. 올해 비엔날레는 관객 참여형 조각품이 중심이 되어 미술품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했다.

#영구설치

창원조각비엔날레의 특징이자 창원시가 조각 공원을 만들려는 방법이다. 올해 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 16점이 용지공원에 남을 예정이다. 2016년 때는 용지호수 공원에 17점이 남았다. 또 돝섬과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등에도 30여 점이 남아 있다.

#미디어 아트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돋보이는 장르. 창원 성산아트홀에 전시된 이이남 작가의 '별이 빛나는 밤에', '고전회화-해피니스' 등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디지털의 빛을 통해 되살아나는 작품은 과거의 시간을 소생시킨다. 기술의 힘을 빌리는 작품이지만 동양적 사유의 힘이 더 크다.

#헤리티지(Heritage) 전시

한옥이나 고택, 전통성이 짙은 공간에서 미술품을 내건 전시회. 고풍스러운 문화유산과 예술 작품이 만나 시너지를 내어, 문화계 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 특별전으로 창원의 집에서 개막한 '젊음의 심연(心淵)-순응과 탈주 사이'전이 헤리티지 전시라고 말할 수 있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국내외 젊은 작가 10명의 목소리를 미디어 아트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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