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고향 박세랑 시인 '문학동네 신인상' 소감
신인상 김지연 작가 소설엔 거제 배경 작품도

문학동네 신인상은 여러 작가 등용문 중에서도 어렵기로 유명하다. 올해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린 신인상 수상자 두 명이 경남 출신이다.

시 부문 수상자 박세랑(28) 작가와 소설 부문 수상자 김지연(35) 작가다. 물론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계속 서울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고향에서의 짧지 않은 삶이 창작의 토양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신인상이니만큼 이들의 작품은 젊다. 또 당대 문학의 한계를 넘으려는 어떤 경향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다. 젊은 피 수혈이 거의 없는 경남 문단에도 신선한 자극이 되길 바라며 이 작가들을 소개한다.

◇진해 출신 박세랑 시인

"(전략)예쁜 건 내 잘못이에요!/ 열등한 건 더 열등한 것들을 만나 해결하라고/ 화장실 물을 시원하게 내려주면/ 가난하고 뻔뻔한 걸 낳아놓고/ 미역국을 사발로 퍼먹은 게 누구더라?/ 마녀에게 빠진 이를 드러내며 비웃어야지/ 굴러다니는 깡통처럼 신나게 밑바닥을 보여줘야지." (당선작 '뾰족한 지붕들이 눈을 찌르고 귀마개를 뺐더니 아무도 나한테 말을 안 걸고' 중에서)

시 부문 수상자 박세랑 작가는 진해가 고향이다. 남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지대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공부했다. 박 시인은 학창 시절 방황 끝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우무석 시인과 김륭 시인이 스승이었다.

글쓰기보다는 삶에 대한 가르침이 더 컸다. 글에 대한 감각이나 감수성은 두 시인이 이끌어준 덕분이라고 했다. 박 시인은 어린 나이에 이미 재능이 빛났다. 각종 백일장 수상도 여러 번. 대학도 오로지 글쓰기만으로 들어갔다. 명지대 문창과 백일장에서 1등을 했기에, 수능 없이 입학했다. 오로지 시 창작에 대한 것을 집중해서 배웠기에 대학생활은 더없이 즐거웠다.

졸업을 하고 바로 학원 강사로 취업을 했다. 그리고 시 창작에 열을 올렸다. 24살부터 신춘문예 등에서 최종에 오르기를 몇 번, 될 듯 말듯 속태운 게 여러 해다. 좌절이 컸다. 하지만, 끝내 시를 놓지 않았다. 학원 수업 중 문학동네 신인상 당선 통보를 받고는 아이들 앞에서 오열하며 한풀이를 했다.

"최근의 한국시에 어떤 돌파구가 필요하다."

문학동네 신인상 심사위원들이 박 시인의 시를 당선작으로 택한 이유다. '치열하게 아프고, 천진하게 탄력이 있는 독특한 매력'(박상수 시인)이라거나 '옥타브가 높은 언어들과 주관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원 시인) 같은 평과 함께다.

박 시인은 자신의 시를 두고 "내가 가진 상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그대로 펼쳐내려고 노력하며,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시가 한국 여성들의 상처를 대변하는 단단한 목소리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시인 박세랑.

 

◇거제 출신 김지연 소설가

"너야말로 웃기지 마. 그런 변명 하려고 지어낸 거 아냐? 차가 두 시간 동안 없어졌다가 나타났다니 말이 돼? 내 스케줄을 못 따른 데 대한 변명으로 지어낸 거지.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네가 네 맘대로 다녔다고 해도 하나도 원망 안 해. 그럴 필요 없잖아. 너 너무 진지하게 생각한 거 아냐?" (당선작 '작정기' 중에서)

소설 부문 수상자 김지연 작가는 거제가 고향이다. 해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에서 공부했다. 지금은 서울에서 일을 하며 살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거제에서 지내기도 했다.

서울에 살지만, 서울보다는 거제에서 생활이 더욱 익숙하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 지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다고 한다. 실제 거제를 배경으로 한 소설도 있다.

이번 당선을 두고 김 작가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만 한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그를 지목할 만큼 그의 소설은 완성도가 탁월하다.

"나는 이 소설이 여러모로 아름다웠는데, 그것은 안정된 문장 때문이기도 했지만 솜씨 좋게 생략되어 있는 상황의 전달 때문이기도 했다." (김금희 소설가)

"곧 많은 독자들이 당선작을 읽게 되고 알게 되고, 선망하게 될 것이다. '달콤하고 서늘한 꿈'처럼 이 소설에 이끌리게 될 것이다." (백지은 평론가) 

소설가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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