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운산업 회생을 위한 첫 번째 대형 정책발주를 했다. 총 3조 원 규모의 이번 발주로 대형 조선 3사는 최근 나아지고 있는 글로벌 수주실적과 함께 불황 타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발주는 문제가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더 많은 중형 조선소들은 외면한 것 아닌가 하는 것과 그런 정부 결정이 시장에서 중형조선사에 대한 신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의 결정은 꿩도 잡고 매도 잡겠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해운업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경쟁력이 후퇴한 해운업을 살리자면 우선 배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 배를 확보하고자 대형 발주를 실행한 것이다. 혜택은 국내 대형 조선 3사에게 고루 돌아갔다. 이로써 조선산업이 밀집한 경남 경제 또한 숨통이 트이긴 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정책발주는 결정적인 흠이 있다. 정책은 공정함으로 신뢰를 얻는다. 특혜시비에 말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처해 있는 상황만으로 정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 같으면 중형조선소가 먼저 수혜를 입었어야 했다. 정부는 그동안 중소 조선소들이 하소연했던 선수금환급보증을 철저히 외면했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정상적인 상태라면 정부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형조선소들에는 수십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중소형조선사들의 목숨줄이 걸린 선수금환급보증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던 것은 중대한 형평성 위반으로 비칠 수 있다. 사실 이 때문에 문을 닫은 조선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밝힌 대로라면 아직 대형 발주가 남아 있다.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서둘러 이들에 대한 발주를 시행해야 하고 중형 조선소들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그래야 정부 신뢰도 얻고 중형 조선사들도 살릴 수 있다. 그동안 누차 지적해 왔지만, 조선업 회생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중소형 조선소들의 오해는 불러오지 않았을 것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대형 조선사들의 수많은 의혹에 대해서는 국회 청문 대상에서도 빼는 등 덮기에 급급한 모양을 보이면서 정책마저 실종되면 조선업 회생과 경남 경제의 회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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