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소리 안에 묵직한 이야기 포크, 그 깊은 맛
한국 포크의 현재를 보여주는 대표 가수 3인방
창원 집결같은 듯 다른 삼색 매력 빛나

지난 2016년 세기의 관심은 미국 포크 가수 밥 딜런에게 향했다. 그해 밥 딜런은 미국 가요 전통 안에서 참신하고 시적인 표현을 창조한 공로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기존 문학 범주에 들지 않는, 가수로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수상자는 밥 딜런이 처음이다.

밥 딜런은 이미 노벨 문학상 수상 이전에 '포크의 신' '시대의 목소리' '음유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음악가다. 대중음악 가사를 문학 경지로, 포크라는 음악 장르를 현대 예술로 승화한 인물.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밥 딜런의 가치가 갑자기 급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포크라는 음악 장르의 가치 또한 마찬가지다.

밥 딜런으로 명징되는 포크는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의 총합이자 메시지 중심의 미학이다. 가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결하게, 그러나 적확하게 전달하는 포크는 인간의 감정을, 시대의 정신을 전달하는 매개체다.

포크의 위상은 한국 대중음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한겨레가 음원 사이트 멜론, 출판사 태림스코어와 공동기획으로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1~10위를 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4위에 안착한 김민기 <김민기 1집>(1971), 6위에 자리한 조동익·이병우 포크 듀오 어떤날 <어떤날Ⅰ>(1986), 8위를 기록한 한대수 <멀고 먼 길>(1974) 등 음반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포크라는 장르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재차 확인하는 증거다. 10위 안에 두 장의 음반을 남긴 산울림의 음악도 넓은 의미에서 포크 음악과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다양성을 앞세운 저력이 돋보이는 한국 인디 음악 신에서도 포크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6일 창원 돝섬에서 열리는 저너머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김목인, 김일두, 신승은이 바로 그 예시다.

김목인

김목인이 공식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06년 캐비넷 싱얼롱즈 음반 <리틀 팡파레>를 내면서다. 집시 앤 피쉬 오케스트라라는 프로젝트 밴드를 거쳐 2011년 홀로 선 첫 음반 <음악가 자신의 노래>를 선보였다. 2017년에는 3집 음반 <콜라보 씨의 일일>을 내놓았다.

언뜻 사소한 소재를 다루는 듯하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콜라보 씨의 일일>은 소설처럼 구성한 콘셉트 음반이다. 각각의 곡은 콜라보 씨가 하루를 배회하는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뭉치는 치밀함이 돋보인다. 3집 음반은 2018 한국대중음악상 4개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김목인 음악을 들으면 우선 가사가 잘 들린다. 첫마디부터 정직하다는 인상을 준다. 잘 들리는 가사를 곱씹으면 점차 그 맛이 진해진다. 음악가면서, 글을 쓰고, 번역을 하는 김목인의 진가다.

1978년생 부산의 싱어송라이터 김일두는 오히려 타지에서 더욱 유명한 음악가다.

김일두는 특유의 저음과 다소 거친 목소리로 사투리 억양을 살린 노래를 부른다.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자신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의 노랫말은 낭만적인 사랑의 감정과 더불어 묵직한 현실감이 느껴진다.

▲ 김일두

'그 어둡고 칙칙한 공간에서 당신의 수수함은 횃불 같아요. 눈 오는 이 밤, 세상의 엄마들 다음으로 아름다운 당신과 사랑의 맞담배를 피워요. 당신이 이혼녀라 할지라도 난 좋아요. 가진 게 에이즈뿐이라도 문제없어요. 그게 나의 마음. 당신이 진심으로 원한다면 담배뿐 아니라 ROCK N ROLL도 끊겠어요. 15번 버스 타고 특수용접 학원에도, 지하철 타고 대학입시 학원에도 다닐 거예요. 그대가 날, 사랑해 준다면'(김일두 곡 '문제없어요' 가사)

신승은은 2016년 정규 1집 음반을 냈지만, 이전부터 꾸준히 무대에 올라 노래를 했다.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지 궁금해지는 저음, 무심히 말하는 듯 읊조리는 창법, 특히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가장 먼저 도드라진다.

하지만, 진정한 신승은을 만나는 지점은 포크의 미학인 가사다. 그의 한 팬은 곡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함께 비를 맞으며'를 추천했다. 가사를 곱씹을수록 '진짜' 신승은에 공감하게 되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신승은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함께 비를 맞으며 22년 동안 걸었어. 외로웠던 너의 손을 잡고 골목길마다 가게들마다 약국 앞과 학교에서도 그 모든 너에게 눈 맞추며 사랑한다 말하고 싶었어. 나는 네가 있다면 모두 무섭지 않아. 그래서 네가 갈까 봐 나는 너무 무서워.'

신승은은 이번 공연에서 트럼피터 장보석과 무대를 함께한다. 곧 영국으로 떠나는 장보석과 서는 마지막 무대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포크의 현주소를 확인하려면 김목인, 김일두, 신승은이 모두 모이는 저너머 페스티벌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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