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못 받는 일 '허다'법 개정으로 고지 의무화
6월 27일 이전 결정은 제외…"진작 생겼어야 할 법"

박선화(여·43·창원시) 씨는 긁힌 차량을 수리하려고 지난 8월 정비업체에 맡겼다. 점검 중 크랭크축 리어 오일실 문제로 기름이 새는 게 발견됐다. 장거리 운행할 경우 화재 발생 위험이 있다는 진단에 박 씨는 돈을 주고 고쳤다. 차량을 고친 지 한 달이 지난 9월에 자동차회사(제조사)가 운영하는 서비스센터에서 정기점검을 받던 그녀는 "무상 수리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 씨가 보상받을 수 있는지 물었지만 센터는 "안타깝지만 보상은 못 해준다"고 했다.

억울하다고 생각한 박 씨는 고객센터 등에 문의했다. 그러나 자동차회사는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해 수리해준다'는 말과 함께 '차량 소유주에게 일일이 알려줄 의무는 없었다'고 했다. 박 씨는 "알아보니 다른 제조사 차량을 소유한 지인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차량에 문제가 있다면 자동차회사가 소유자에게 알려줘야 했던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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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콜 대기하고 있는 차량. /연합뉴스

◇리콜보다 무상 수리 선호한 기업 = 자동차회사는 자사 차량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시정조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리콜·무상 수리 모두 제조사가 책임지지만 차이점이 있었다. 바로 '고지' 여부이다.

리콜의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31조(제작 결함의 시정 등)에 따라 자동차회사가 자동차안전기준 또는 부품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 결함이 있는 경우 소유자가 그 사실과 시정조치 계획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우편 발송,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메시지 전송 등으로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무상 수리의 경우에는 법적 의무가 없어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일일이 알릴 필요가 없었다. 안전 운행을 막는 중대 결함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회사는 운행 중 불편·지장을 초래하는 차량 결함의 경우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에 한해 수리했다. 박 씨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박 씨 차량 부품의 경우 자동차회사에서 2016년 3월 29일부터 무상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지가 없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차량을 무상 수리할 경우 이에 대해 의무적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2012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권익위는 자동차 제조사가 이미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리콜보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에게만 보상해 정확하게 집계하기 어려운 무상 수리를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6월 27일부터 무상 수리 고지도 의무 = 지난해 말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올해 6월 27일부터는 자동차회사가 무상 수리할 때에도 차주에게 알리도록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다. 제조사는 제작·설계 과정에서 발생된 하자의 경우 수리 방법이 포함된 기술정보 자료를 정비업자에게 제공하고 국토교통부에도 보고하는데, 이 기술정보 자료가 발행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해당 차량 소유자에게 우편으로 통지해야 한다.

제조사는 자동차관리법 제32조의2(자기인증을 한 자동차에 대한 사후관리 등) 4항에 따라 하자 종류, 원인, 수리 방법 등을 차주에게 알려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300만 원이 부과된다. 통지 기한 5일을 초과한 경우 하루가 지날 때마다 10만 원씩 추가된다

박 씨의 경우 안타깝게도 보상받지 못한다. 이 법은 올해 6월 27일 이후 자동차회사에서 무상 수리하기로 결정한 사항에 대해 적용되기 때문이다. 박 씨 차량 무상 수리 부분은 2016년 3월 결정됐다.

박 씨는 "진작 만들어졌어야 할 법이다. 차 문제는 생명과 직결되는데 이제까지 제조사들이 무책임했다. 힘없는 사람들만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 소비자들도 부당한 일을 겪을 경우 번거롭다는 이유로 그냥 넘길 때가 있는데 귀찮더라도 권리를 찾아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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