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선 시험치는데…"불안한 초등생 부모
초교 중간·기말고사 없앴지만 단원평가 치기 위해 사교육
수행평가만 하는 학교에선 자녀 성적 뒤처질까 걱정

경남지역 초등학교는 일제식 평가인 중간·기말고사를 없애고 '과정 중심 수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개인의 성취 기준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그 과정을 평가해, 점수화·서열화를 없앴습니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 중간·기말고사를 다시 치르게 돼 정책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초교-중학교 평가방법 불일치'에 대해 중학교 단원과 연계되는 5·6학년만이라도 지필 평가를 해야 한다는 학부모들 주장도 있습니다. 반면, 중학교도 서둘러 일제고사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 목소리와 경남도교육청의 대책을 살펴봅니다.

학생들은 높은 점수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통계(청소년 주관적 행복도 OECD 국가 중 23위)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경남도교육청은 2015년부터 교과별로 학생 도달도를 측정하고, 줄을 세우는 지표로 활용하는 중간·기말고사를 초등학교 과정에서 전면 폐지했다. 서열에 따라 '누가 더 잘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를 평가하는 초등 과정중심 수시 평가로 전환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503개 초등학교 이행률은 100%다. 학교·학년·학급에 따라 자유롭게 다양한 평가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학부모들은 이러한 평가 방법에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남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평가방법이 달라 정책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중학교 시험 장면. /연합뉴스

김해 지역에 인접한 두 초등학교는 다른 평가 방법을 택하고 있다. ㄱ 학교는 한 학기에 한 번 '학업성취도 평가 주간'을 정해 국·영·수·과 단원 평가를 친다. ㄴ 학교는 수업 중 수행 평가만 진행한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일제고사의 변형'으로 인지한 ㄱ 학교 일부 학부모는 사교육시설에 자녀를 보내 주말까지 시험공부를 시키기도 한다.

ㄴ 학교 학부모는 "ㄱ·ㄴ 학교 학생이 같은 중학교에 가게 되고, 중간·기말고사를 통해 내신 성적 ABCDE 등급으로 나뉜다.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친 학교와 안 친 학교 학생들의 학업 수준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 학교도 시험을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ㄴ 학교 또 다른 학부모는 "김해 지역은 중학교 1학년 한 학기만 자유학기제를 하는 곳이 많다. 2학기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중학교 학생은 초등학교 때 없던 시험을 1학기 때 갑작스럽게 치르게 된다. 학교 수업 평가가 바뀌어 아이가 힘들어 하고, 무엇보다 ㄱ 학교 학생보다 성적이 뒤처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해 한 공부방 교사는 "수학·과학 등은 초등학교 5·6학년에 배운 단원을 중학교에서 심화 학습한다. 중학교 문제집에도 관련 문제는 5학년 몇 단원으로 표시돼 있다. 단원 평가조차 없는 학교 학생은 기초가 부실할 수 있다. 다수 학부모가 초등학교 5·6학년이라도 중학교 수업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도록 지필 평가를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창원 한 학원도 학업성취도 평가 주간에 학생 희망에 따라 주말 시험 지도를 하고 있다. 학원 원장은 "교육 방향과 정책은 급변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시험에서 자녀가 100점을 받고 더 많은 공부를 하길 바란다. 학부모 수요에 맞게 운영해야 하는 학원에서는 평가 주간에는 주말까지 지도하는 서비스를 한다. 실제 단원평가를 준비하는 학생과 하지 않는 학생의 수업 태도가 다르기는 하다"고 말했다.

창의력과 인성을 갖춘 인재에게 필요한 '아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자 전면 시행한 초등 수업 과정 속 다양한 평가 방법이 중학교에서 멈춰버린 탓에 학생·학부모 불안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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