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지방자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 추진
도-기초의회 갈등 예고…중복감사·행정적 손실 우려

광역지방의회가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두고 시·군 의회와 자치단체의 반발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은 감사원과 중앙부처, 시·도 감사, 의회 행정사무 감사, 자체 감사 등 이중삼중의 감사로 막대한 행정적 손실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행안부는 광역자치단체(도)가 기초자치단체(시·군)에 위임·위탁하는 사무에 대해서도 광역의회(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1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제42조 1항 제5호(행정사무감사 또는 조사의 대상기관)가 상위법인 지방자치법 제41조 3항(행정사무 감사권 및 조사권)과 일치하지 않는 것을 정비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행령 제42조 제1항 제5호 본문 중 '사무(지방자치단체에 위임·위탁된 사무는 제외한다)'라는 문구에서 단서조항을 떼고 '사무'로 한다로 개정을 추진하면서 일선 자치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행령 개정은 정부(대통령)가 한다. 국회 입법 절차 없이 쉽게 바꿀 수 있다.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이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경남도의회는 경남도가 일선 시군에 위임·위탁한 사무에 대해서도 행정사무감사를 벌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시·군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권한을 가진 기초의회와 갈등이 불가피해진다. 실제 울산시의회가 구청에 위임한 사무에 대해 행정사무감사를 벌이겠다는 조례를 개정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에 경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회장 이찬호 창원시의회의장)는 지난 2일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정례회를 열고 행안부가 지방자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협의회는 "광역의회의 기초자치단체 행정사무감사는 중복 감사로 말미암아 행정력·예산낭비를 가져오고 기초의회의 권한을 침해할 뿐 아니라 지방자치분권 개헌의 흐름에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앞서 협의회는 지난달 28일 행안부에 "지방자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밖에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지방자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 절차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시·군 공무원들도 반대하고 있다. 감사는 공무원들에게 가장 버거운 일정 가운데 하나다.

자료 준비 등에 들이는 품도 만만찮을뿐더러 잘하면 '본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엄정한 예산 집행, 위법 행정 차단·징계 등 감사 필요성은 동의하면서도 감사가 잦아지거나 중복되면 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감사 피로'를 걱정한다.

하지만, 박종수 경남도의회 의회운영 수석전문위원은 시행령이 개정되더라도 큰 갈등이나 혼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위원은 "지금도 도의회 본회의 의결만 거치면 도가 시·군에 위임·위탁한 사무에 대해 도의회가 감사를 할 수 있고, 실제 여러 차례 감사를 하기도 했다"며 "시행령이 개정되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감사대상기관을 지정하고 '특히 필요한 감사대상'이란 규정 없이 본회의 의결만 하면 감사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더라도 도의회가 직속 기관을 감사하듯이 감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군의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꼭 필요한 경우에 한정해 감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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