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기업 문화 변화의 시발점

'경남형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4개년 종합계획'. 경남도가 지역 기업들의 스마트공장 보급에 힘 쏟고 있다. 경남 소재 제조업 기업들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스마트공장을 늘려 기업 경쟁력을 갖추도록 돕겠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국제 스마트팩토리 엑스포&컨퍼런스'가 창원 컨벤션 센터서 열렸다. 컨퍼런스 마지막 날, 발표자 중 신승정밀의 김명한(55) 대표가 있었다. 김 대표는 스마트공장 도입을 두고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한다. 스마트공장이 어떤 것인지, 산업계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숱한 물음 거리를 가진 채 창원공단 내부에 있는 신승정밀을 찾았다.

뿌리기업 신승정밀

신승정밀은 '뿌리산업'이라고 불리는, 주조·금형·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를 하는 기초 제조 기업이다. 뿌리산업이라는 단어가 일반인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데, 쉽게 표현하자면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 기업이다.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일반인들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가 접하는 완제품은 신승정밀 같은 뿌리산업의 기반 위에 있다.

충북 괴산 출신의 김명한 대표가 창원에 온 것은 1981년이다. 고등학교를 부산기계공고로 진학한 김 대표는 졸업 후 곧바로 창원 생활을 시작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신승정밀은 1990년 개인 기업으로 창업했고, 2013년에 법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자본이 많은 상태서 창업한 게 아니라서 초기에 창업할 때 기계 한 대로 시작했어요. 기계가 한 대뿐이니 생산량이 많아야 하는 자동차 부품 같은 건 못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한 게 주문 들어오는 여러 제품을 소량으로 만들어 주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했고. 이게 지금까지 이어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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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한 신승정밀 대표. / 이종현 기자

'소량 다품종'이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일지 막연해서 물어봤더니, 생각보다 더 적었다. 연간 생산하는 품목은 600여 종 정도에 생산 개수는 100개 이내라고 한다. 생각보다 적은 개수, 생각보다 많은 품목이다.

"고객사가 대부분 대기업입니다. 한화 계열사가 여덟 군데 정도네요. 그리고 제가 엔지니어 가공 기술자다 보니, 소량 다품종 부품 생산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장비를 의뢰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주변 인적 네트워크와 협업해서 납품하기도 했습니다. 고객사가 원하는 건 무조건 'Yes'라고 하는 마인드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창원은 제조업이 발달한 만큼 뿌리산업의 규모도 크다. 하지만 그만큼 자기만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신승정밀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저희는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이지만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고객사의 연구개발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개발 초기부터 양산까지 협력하는 연구소를 가졌다는 게 고객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겁니다. 설계 단계부터 저희가 제작하고 중간에 조립 테스트를 하는 거죠. 그러면서 가공기술 노하우나 품질보증, 또 신뢰성을 높이는 시험장비 등. 우리가 만든 제품을 철저히 검증하고, 또 그 시험한 데이터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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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승정밀 입구. / 이종현 기자

뿌리산업과 4차 산업

1990년에 창업한 제조 기업. IMF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힘들었던 시기를 김명한 대표는 어떻게 기억할까.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렇듯, 저희도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다들 외화로 장비를 샀었습니다. 저희도 외화 장비가 있었고요. 그런데 IMF 이후 산 장비 가격이 2배로 뛰었어요. 은행 대출도 힘들고요. 제가 사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솔직히, 극복할 수 있었던 뾰족한 방법 같은 것도 없어요. 주변에서도 회사 파산시키고 나중에 다시 하라고들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저만 바라보는 가정이 있고, 또 회사에 딸린 식구들이 있잖아요. 나 혼자 편해지자고 이들을 외면할 순 없었습니다. 한 1년 동안은 회사가 집이었어요. 한 달에 집에 가는 게 서너 번이었죠. 악착같이 영업하고, 자금 해결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회복이 됐습니다."

뿌리산업을 두고 제조업의 근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의 대우를 못받는 게 현실이다. 업계에서는 '말로만 중요하다고 하고, 정작 취급은 찬밥 신세'라는 목소리도 있다.

"저도 그 말에 공감합니다. 뿌리산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만약 뿌리산업이 무너진다면,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좋은 제품들은 어떻게 생산하나요. 비싼 돈 주고 해외에서 사와야 합니다. 신제품을 개발하려 해도 부품 만드는 곳이 해외에 있으면 소통하기도 어려워요. 우리가 접하는 완제품은 숱한 뿌리산업 제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뿌리산업은 산업혁명 초기부터 성장해온 산업이다. 2차, 3차를 거쳐 4차 산업이 각광받고 있는 지금, 사회는 뿌리산업보다는 새로운 기술에 눈을 돌리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그렇기에 오히려 뿌리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뿌리산업과 4차 산업이라는 건 절대 때놓을 수 없습니다. 4차 산업으로 분류되는 기술이 뭐가 있나요.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위성, 인공지능 등. 이런 기술은 하드웨어 없이 만들어질까요? 이런 사업들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게 뿌리산업입니다. 4차 산업에 힘 쏟을 거라면 뿌리산업을 무시할 게 아니라 더 강화시켜야 합니다. 뿌리산업을 발전시키고 그걸 데이터화해서 4차 산업에 필요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어야죠. 자율주행차라는 게 갑자기 등장하는 게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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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승정밀 공장 전경. / 이종현 기자

스마트공장 도입

스마트공장 이야기에 앞서 뿌리산업, 4차 산업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결국 스마트공장과 이어진다.

백지에서부터 접근했다. '스마트공장'이 무엇이냐고.

"스마트공장이라고 하면 로봇을 이용한 완전 자동화된 공장 같은 걸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게 틀린 건 아니에요. 데이터를 전산화하는 것부터 사물인터넷을 이용하는 것. 그리고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공장까지. 모두 스마트공장의 예겠죠. 하지만 저나 세간에서 말하는 스마트공장은 그것보다 기초적인 단계의 스마트공장입니다."

신승정밀은 2016년에 기초수준의 스마트공장을 도입했다. 지금은 다음 단계의 기술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저희 같은 뿌리산업의 경우 일의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가공시간이 얼마였는지, 생산 품질은 어땠는지, 불량률은 어땠는지. 기존에는 이런 걸 수기로 적어서 통계 냈었죠. 하지만 이건 엄청 비효율적인 겁니다. 게다가 부서장의 성향에 따라 어느 부서장은 정리를 잘하고, 어느 부서장은 정리를 못하고. 일부러 자료를 틀리게 할 수도 있고, 실수로 틀리게 작성했을 수도 있고요. 경영자는 판단을 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수고가 너무 많이 필요하고, 심지어 많은 시간과 수고를 들인 데이터의 신뢰도가 낮다면 어떨까요. 스마트공장 도입 이후 기계가 몇 시간 동안 가동했는지, 가공시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생산 품질은 어떤지, 불량률은 어떤지 등을 일간, 주간, 월간 단위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게 어떤 효과를 지녔냐면. 스마트공장 도입 전에는 성과는 적은데 들인 공은 많을 때가 많아요. 별거 아닌 일에도 엄청 바쁘고. 이런 걸 개선하려 해도 왜 그렇게 손이 많이 갔는지, 왜 바빴는지 등의 데이터가 없어서 그런 거죠. 스마트공장 도입 후 이게 개선됐어요. 업무가 매뉴얼화하면서 효율적이게 됐습니다. 시간이 생기니까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 시간에 교육이나 복지에도 신경 쓸 수 있죠."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만큼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 일의 편의성을 늘려주고, 거기에 따른 장점도 많다. 그렇다면 스마트공장 보급이 느린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자금이 문제죠. 기초수준의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려 해도 약 1억 원가량이 필요합니다. 도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수천만 원의 자금은 진입 장벽이 될 수밖에 없죠. 차라리 '하면 무조건 좋다'는 보장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기존에 스마트공장을 도입해서 잘된 사례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더 많으니까요."

김명한 대표는 실패한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단계적 접근과 사용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에도 단계가 있어요. 기초수준부터 중간수준, 최종적으로 고도화. 의욕이 앞서서 높은 수준의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거나, 혹은 사업장에 맞지 않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곤 합니다. 수기로 쓰는 거에서 기계로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바뀐 거잖아요. 대표부터 직원까지, 적극적으로 도입한 스마트공장을 활용하도록 노력하고. 또 시간을 들여서 적응해야죠. 최소한 2년 정도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도입한 기술을 체화했다면 단계적으로 도입해서, 최종 고도화까지 목표로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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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축 머시닝 센터를 배경으로 한 김명한 대표. 5축 머시닝 센터는 비행기 프로펠러와 같은 3차원 형상의 제품을 쉽게 작업할 수 있는 설비다. / 이종현 기자

단계별 스마트공장

스마트공장은 ICT(정보통신기술) 미적용, 기초수준, 중간수준1, 중간수준2, 고도화라는 수준별 단계까지 순차적으로 있다. 김명한 대표는 자신의 업종에 맞는, 수준별 단계 선택을 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마트공장 도입을 결심했다면, 자신에게 맞는 단계를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생산만 하는 공장이라면 유통·판매를 아우르는 스마트공장 시스템은 도입할 필요가 없죠. 또 스마트공장에도 수준별 단계가 있습니다. ICT 미적용은 엑셀 정도만 활용하는, 스마트공장 미도입 단계를 말합니다. 그리고 기초수준은 생산이력을 추적해 불량률 등을 자동 집계할 수 있습니다. 재고, 회계 등의 부분적 관리 시스템을 운영할 수도 있고요. 중간수준1부터는 생산정보를 실시간 집계·모니터링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수준2는 실시간 집계를 넘어 실시간으로 자율 제어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최종적인 고도화는 설비, 자재 등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생산까지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자동화 단계입니다. 이렇게 수준별 단계가 있다지만, 높은 단계라 해서 좋은 게 아니고, 낮은 단계라 해서 나쁜 게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게 중요하죠. 당연하게도 높은 단계의 스마트공장일수록 많은 비용이 필요로 합니다. 자신에게 필요치 않은 수준을 무리하게 적용할 경우, 들인 비용은 많지만 성과는 못 낼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공장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자면 어떤 게 있을지도 물어봤다.

"업종마다 달라야 해요. 진짜 양산, 로봇으로 무인으로 할 수 있는 곳은 시스템 같은 것도 다 도입해야 합니다. 이런 건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요. 이렇게 해놨는데 물량이 안 들어오면 부도나는 거죠. 투자금은 많은데 회수도 안 되고요. 그러니까 단계적으로 도입해서 학습 효과를 본 이후에.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 정도의 목표를 가지고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꼭 전담인력을 써야 합니다. 전담 인원이 없으면 기껏 도입한 스마트공장 맥이 끊겨요. 정 사람이 없으면 사장이라도 해야 합니다."

지자체에서도 스마트공장 보급에 힘 쏟고 있다. 경남도는 초기 스마트공장 구축에 필요한 1억 원 중 정부 지원비 50%에 도 지원비 20%를 더해, 기업부담금을 30%로 낮추겠다는 계획과 함께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 2000개 구축이라는 목표를 발표했다. 창원시도 현재 시내 149개가 있는 스마트공장을 2022년까지 600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자체에서 제대로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김경수 지사께도 말씀드렸지만, 현재 스마트공장 보급이 더딘 이유는 초기 투자금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런 데 대해 제가 건의한 건, 개별 기업들이 각자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는 게 아니라. '표준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거였습니다. 맞춤식이었던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패키지화, 기성화하자는 거죠. 물론 분야별 몇 개 모델 정도는 필요하겠고요. 이렇게 할 경우 당장에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도입 후 안정화까지 1년 정도 걸리던 걸 반년 정도로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 시스템에 대한 소유권은 지자체가 공동으로 가지고 있다가, 수요를 정리해서 우수 사례는 대학이나 기업 등에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좋을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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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공장 수준별 단계 및 적용 사업 분야와 예상효과. / 신승정밀

기업 문화 변경의 시발점, 스마트공장

김명한 대표는 "스마트공장을 자꾸 '무인', '자동화'로 보면 안 된다. '공장의 스마트화'라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스마트공장의 최대 강점은 낭비를 줄이고 공장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효율화'라는 게 인력을 축소하고, 노동 시간을 줄이고 하는 부정적인 쪽으로만 작용하진 않습니다. 여유시간이 생긴 만큼 회사 교육이나 복지를 늘리고,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으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쓰는 게 당연하도록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요. 경남에 있는 대다수 기업은 대량 생산을 위해 인건비를 줄이고, 로봇을 쓰고 하는 스마트공장이 아니라 기초단계부터 도입하게 될 겁니다. 이때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면서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탈바꿈해야죠."

대부분의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스마트공장도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겐 '두려운 변화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을 전했다.

"두려울 수 있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근차근 접근하자는 거고요. 스마트공장이라는 단어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데.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잖아요. 그런데 스마트폰 쓰는 걸 어디서 교육받아서 쓰나요? 전화나 문자 같은 건 거의 모든 사람이 쉽게 하잖아요. 스마트공장도 이렇게 쉬운 단계부터 접근하면 됩니다."

스마트공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중 하나가, '산업이 첨단화되면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우려다. 산업 첨단화가 고용난이라는 화재에 기름을 얹는 격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

"스마트공장 고도화가 계속하면서 언젠가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리가 줄어드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장에 고민해야 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도화 단계까지 가는 데는 멀었으니까요. 생각을 조금만 달리한다면, 예전에는 현장에서 쓸 사람을 이제는 관리자로 쓸 수 있습니다. 경영자도 스마트공장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생각보다는, 관리자를 늘리고 효율성을 늘리는 쪽으로 생각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완전 자동화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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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승정밀 가인지(가치·인재·지식) 교육 사진. / 신승정밀

스마트공장 도입의 성공적 사례가 되길

신승정밀은 스마트공장을 만들기 위해 스마트한 기업문화가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비전 포트폴리오'라는 걸 제작하고 있다. 큰 틀은 김명한 대표가 정리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회사 워크숍을 통해 직원들의 생각과 주장과 생각이 담긴다고 한다.

"신승정밀에서 내세우는 게 '가치경영, 인재경영, 지식경영'입니다. 앞 자만 따와서 '가인지'라고 하는데요. 각각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직원들끼리 토론하고, 강의하고, 숙제를 내고 하는 거죠. 평일에 공장을 반나절 정도 세워서 워크숍을 합니다. 공장을 반나절씩 멈추는 게 부담되긴 하지만, 당장 회사가 문 닫을 정도의 위험에 처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는 직원들과 소통해야 하는 시대거든요. 신승정밀은 큰 그림, 큰 비전을 체계도도 그리고 그걸 달성하기 위한 방안까지 전 직원이 함께 논의하고 체크합니다. 그게 안 되면 가인지나 소통 같은 건 말만 거창하게 하는 거죠. 한 단계 한 단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회사 매출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목표로 삼은 것은 매출 100억. 김 대표는 이를 위해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제조 중심에서 R&D 중심으로 전환할 거라고 말했다.

"요즘은 R&D 중심의 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많이 느낍니다. 5년 전부터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객사들도 저희 고민, 노력을 좋게 봐줘서 일을 많이 주곤 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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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한 신승정밀 대표. / 이종현 기자

김 대표는 "스마트공장은 언젠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SO(국제표준화기구) 인증 같은 것도 처음 나왔을 때는 다들 '이게 뭐냐'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죠. 언젠가는 스마트공장도 이것처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하는, 반드시 할 수밖에 없는."

언론이나 정치, 행정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스마트공장이라고 하면 '공장'이 들어가니까 딱딱한 느낌이 있는데. '스마트한 창원', '스마트한 경남' 등. 더 넓은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공장의 생산성을 늘리는 게 아니라, 우리 삶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금 사회가 당장 먹고살기 급하니까 기업 위주의 스마트공장이 화두입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이 지향하는 바는 공장뿐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 곳곳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진보되면서 이전에는 더한 노력을 해서 얻은 결과물을 더 쉽게 얻을 수 있는. 여기서 생긴 여유를 통해 '공장'이라는 핀포인트에 함몰되지 않고, 더 넓은 부분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습니다. 스마트한 공장이 형성되면 스마트한 창원시가 될 수 있고. 그게 스마트한 경남도로. 나아가서는 스마트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습니다. 스마트공장이 지향하는 '스마트'는 결국 국민이 행복해지는 방향이고,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합니다. 너무 미시적으로 보지 말고, 거시적으로 봤으면 합니다. 요즘 경기가 많이 어렵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은 틀렸다고 늘 말합니다. 경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없는 것입니다.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법으로 스마트 공장은 반드시 필요하고 나아가 경쟁력 있는 제조를 기반으로 한 R&D 중심 기업으로 거듭날 때 진정한 스마트공장이 구현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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