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도 정치판에 살아남는 그날을 위해

바른미래당 부대변인이자 현 창원 성산 지역위원장인 이재환 씨(37)는 '서울에 번쩍, 창원에 번쩍' 하는 삶을 살고 있는 청년 정치인이다. 그는 "웬만한 '금수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정치구조에서 저 같은 '흙수저'가 살아남는 걸 보여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성실히 노력하면 된다는 동기부여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법대 나온 창원 토박이 청년

Q. 창원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81년생으로 옛 진해에서 태어나 창원 명서초·중학교를 다녔고 마산고 졸업 후 창원대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지역 토박이 청년이라고 할 수 있죠. 대학 시절부터는 생계를 유지하며 학업을 이어가고 미래를 준비해야 했기에 많은 일을 했습니다. 각종 아르바이트부터 회사 사무직·영업직으로도 일했고 지인 추천으로 작은 식당을 경영하기도 했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 학원 강사 일을 하며 사법시험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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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환 바른미래당 부대변인. / 고동우 기자

Q. 2016년 총선 때 창원 성산 선거구에 출마했죠? 언론인 출신이었던 게 기억납니다만.

"법조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절, 그러니까 2013년부터 '뉴스부산'이라는 부산을 연고로 하는 인터넷 언론사 기자로 일했습니다. 경남취재본부 정치·사회 담당 기자로 약 2년 6개월 동안 근무했죠. 사법고시 준비할 때 언론사에서 일하던 한 친구가 칼럼 제안을 했는데 제가 현장취재까지 하며 글을 쓰니까 그럼 기자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게 계기였습니다. 서울신문 편집국장, 삼성언론재단 이사 등을 지낸 정신모 뉴스부산 발행인으로부터 특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신속·정확·공정 등 기본에 충실하고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는 기자가 되라 가르쳐주셨습니다."

내년 4월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할 것

Q. 정치는 어쩌다, 왜 뛰어들게 된 건가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개인적으로 진학과 진로를 선택할 때마다 환경적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돈을 벌며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들었고,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남들보다 갈수록 뒤처지는 제 자신을 보며 사람을 성장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수단이 정치였습니다. 법을 공부한 것도 물론 영향을 미쳤죠. 법이 바로 서야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다치지 않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법이 그들을 지켜주지 않으면 사람이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심지어 대물림됩니다. 웬만한 '금수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정치구조에서 저 같은 '흙수저'가 살아남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성실히 노력하면 된다는 동기부여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이 되고 싶습니다. 좋은 선례가 많아야 사회가 선순환되지 않겠습니까."

Q.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정치에 도전했는지, 총선 출마와 정당 활동까지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출마 생각까지는 애초 없었습니다. 2016년 총선 1년 전쯤, 정치를 하겠다 결심하고 제 꿈을 정리한 '투자제안서'를 들고 유명 정치인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죠. 학생운동 출신이 아니라고 국가관이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전 먹고 살기 바빴고 최선을 다해 일을 했을 뿐인데 말이죠. 그나마 제 노력을 알아준 분들이 옛 국민의당 관계자들이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입당한 곳이 국민의당이었고 그를 통해 총선에 나섰고 이후 바른정당과 합당을 거쳐 바른미래당 당적을 갖게 됐습니다."

Q. 총선 이후에는 창원 성산 지역위원장, 중앙당 부대변인 활동을 한 것으로 압니다.

"낙선하고 구 국민의당 경남도당에서 공보와 행정 업무를 맡아 실무 역량을 쌓았고 또 성산 지역위원장도 맡아 현실 정치 경험도 쌓았습니다. 그러다 이런 제 활동을 지켜본 어떤 분의 추천으로 안철수 대선캠프 기획조정실 인사팀장을 맡게 되면서 2017년 초부터 서울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대선 패배 후에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부대변인으로 임명받아 합당 후 지방선거 전까지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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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월 신혼여행지에서 또래였기에 더 빨리 친해진 영국인 부부와 함께. 맨 오른쪽이 부인 공민지 씨. / 이재환

Q. 서울과 창원을 자주 오갔을 것 같은데 쉽지 않은 나날이었겠습니다.

"기자 출신이고 하니 영남권 언론 홍보 강화를 위해 부대변인에 임명됐던 것 같아요. 어쨌든 주어진 직책에 충실하고 싶었고 매주 월요일 새벽 버스를 타고 국회에 와 수요일 저녁에 창원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1년 넘게 했습니다. 창원은 물론 지역위원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더해, 총선 때 '업무 외에는 지역구에 있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간 것이었습니다. 지역위원장으로서는 각종 지역단체를 찾아 현안과 당 활동에 관한 의견을 구했습니다. 국민의당 경남도당 청년위원장으로서 영남지역 청년 모임을 주도하기도 했죠. 부대변인으로서도 창원 올 때마다 도내 신문사·방송국 분들 찾아 인사를 하고 소통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Q. 내년 4월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여부도 궁금합니다.

"많은 분한테 그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때도 창원시장 출마 이야기가 있었는데 명확한 방향성과 구체적인 지역발전 대안 없이 이름만 알리고자 출마하는 건 유권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것 같아요. 2016년에 출마를 했고, 그 후로도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많은 경험을 쌓았고 소통 행보를 펼쳐왔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뜬금없이 나타났던 제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과연 총선 후보가 될 자격이 있는지는 페이스북에 쓰고 있는 '일기'가 말해줄 거라고 봅니다."

Q. 부대변인으로서 기억에 남는, 소개할 만한 논평이 있다면요.

"고 장자연 씨 사건 재조사 환영 논평(2018년 4월)과 장제원 전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 경찰을 '미친개'라고 한 것과 관련한 논평(2018년 3월)입니다. 국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지켜주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군인, 경찰, 소방관 등 사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인정해야 한다는 저의 가치관이 담겨 있는 논평입니다. 특히 경찰 관련 논평은 현장에 계신 경찰들로부터 고맙다는 연락을 받고 제가 그들에게 힘이 되는 것 같아 큰 보람을 느꼈죠."

Q.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저조합니다. 원인과 대안을 말씀해주신다면.

"내부적으로 갈등하고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정당이 지지율이 높으면 이상하죠. 특히 구 국민의당과 구 바른정당의 지지부진한 화학적 통합은 당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과거에는 저조한 지지율에 당의 앞날을 걱정했습니다. 우리도 지금부터라도 국민에게 인정받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면 현재 걱정은 미래에 잠시 웃고 넘길 추억이 될 겁니다. 책임정치를 실현해야 하고 사람을 키우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이 되고자 하는 사람보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사람을 육성해야 합니다. 이른바 '비즈니스' 차원에서 출마하는 사람은 철저히 배제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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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총선 때 벽보 및 공보용 사진. / 이재환

생계 위해 발전설비 회사 창업

Q. 당 활동 외에 하시는 일은 없나요? 생계 문제도 있을 텐데.

"총선 끝나고 더 이상 기자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계를 위해 고민 끝에 친구와 함께 발전설비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친구는 기술과 현장을, 저는 영업과 경영을 맡기로 업무분장을 한 후 전화기 한 대와 복합기 한 대를 놓고 저의 집을 회사 주소지로 해 일을 시작했죠. 지금은 작은 사무실을 얻고 직원도 채용하는 등 조금씩 커지는 중입니다. 정당 활동 외에는 경남농아인협회 창원지회 후원회장 및 창원시 수화통역센터 운영위원, 경남안실련 전문위원, 양산일보 논설위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창원농인교회 수화교실에서 수화를 배운 게 인연이 된 농아인 관련 활동은 저에게 새로운 이웃을 만들어주었을 뿐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Q. 가족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외동아들로 올해 초 결혼을 했습니다."

Q. 부인께서 정당 활동을 좋아하나요.

"제가 어떤 신념으로 하는지 아니까요. 가정에 피해만 안 주면….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합니다."

Q. 일 외에 특별한 취미나 공부하는 분야가 있습니까.

"헬스와 농구, 영화 감상을 주로 즐깁니다. 특히 병역면제를 받게 만든 내과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헬스는 수술 자국으로 콤플렉스가 있었던 제 몸에 자신감을 불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센터 관리자를 역임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총선 출마 후에는 운동을 거의 못 해 이제는 운동을 해야 하는 몸의 표본이 되어가고 있죠."

Q. 앞으로 삶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지난 총선 때 사표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저를 선택해 준 유권자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고 싶습니다. 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갈수록 성실한 노력의 바탕이 되는 채무의식도 같이 커져갑니다. 당선을 목표로 하는 정치꾼이 아닌, 뜻한 바를 제대로 이룰 수 있는 정치가가 되기 위해 늘 스스로 반성하고 배우는 자세를 가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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