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사격 가족 "손자도 재능 있고 본인 원하면 사격 말리지 않겠다"

사격인 중에는 대를 이어 사격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3대에 걸친 사격 가족이 또 그렇게 흔한 건 아니다. 지난해까지 창원시청 감독을 했고, 올해 대구시설관리공단 감독으로 옮김 조현진(61) 감독 가족은 그 '흔하지 않은' 3대 사격 가족이다. 더구나 어쩌면 4대를 이어 사격인이 될 가능성마저 열어두고 있다.

3대에 걸친 사격 사랑

조 감독의 부친은 고 조경래 경남사격연맹 부회장이다. 본인도 창원 문성고-경남대-창원시청을 거친 선수 출신이고 경남대-창원시청 감독도 역임했다. 국가대표 산탄총 감독도 그의 한 이력이다. 아들 조용성(32)은 현역 창원시청 사격 선수다. 게다가 며느리 김민지(29) 역시 창원시청 선수다. 사돈, 그러니까 김민지의 부친 고 김대원 씨 역시 한국 산탄총계의 한 축을 맡을 정도로 비중 있는 사격인이다.

"아버지는 꽤 유명한 엽사였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사냥하는 데 따라다니며 몰이도 하고 직접 사냥도 해보고 그랬지요. 하지만 사격 선수가 된 것은 뜻밖이었습니다."

체육에 재능이 있었는지 그는 고등학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핸드볼 선수였다. 고1 때 마산에서 마산학생학예체육대회가 열렸는데 사격 선수가 없어 그가 출전한 게 사격인의 길을 걸은 계기가 됐다.

"당시 칼빈 소총으로 사격 경기를 했는데 선수로서 출발점이었지요. 이후 경남대, 해병대 사격단, 창원시청 선수 생활과 지도자 생활을 하는 등 지금까지 사격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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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진 사격 감독. / 김구연 기자

그의 아들 조용성 역시 우연한 기회에 사격 선수가 됐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창원사격장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습니다. 내가 경남대 감독 할 시절이었는데, 훈련을 경주에 가서 했습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경주에 가서 관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랬는데, 용성이가 '아빠 나 심심해. 총 한번 쏴볼래요'라는 겁니다. 그래서 쏴보라 했더니 이 녀석이 재능이 있는 건지 곧잘 쏘더라구요. 그래서 사격을 시켰죠."

조용성은 당시 마산고 2학년이었는데 사격팀이 있던 문성고로 전학시켜 사격 선수로 키워냈다. 본격적으로 사격을 시작하고 실력이 일취월장하더니 2년 만에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됐다.

올림픽 금메달과 손자 욕심, 어찌하오리까

조용성의 아내, 그러니까 조 감독의 며느리 역시 국가대표를 도맡아 할 정도로 실력 있는 사격인이다. 국내 산탄총, 특히 스키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일인자다.

조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을 할 때의 일화다.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조련시키고 있을 때 며느리가 대표선수로 뽑혀 들어왔어요.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용성이도 대표선수였구요. 사돈(고 김대원 씨)과도 예전부터 잘 알던 사이여서 며느리를 각별히 보살피긴 했지만, 우리 아들하고 엮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어느 날 조용성이 찾아와서 "아빠 나 민지랑 사겨요"라고 했을 때 "웃기지 마라. 니가 뭔 민지랑 사귄다는 거야"라고 대수롭잖게 생각했지만 현실에서 그들이 부부가 됐다.

"타고 나는 게 있는가 봐요. 재능이 있다면 그 분야에 도전해 일인자가 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대 사격 가족을 이룬 그에게 요즘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주변에서는 손자가 사격한다고 하면 시킬 거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그 손자를 금방 만날 것 같지는 않아서다.

"손자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재능이 있다면 그 분야에서 일하는 걸 반대하지 않습니다. 만약 손자가 태어나 사격에 재능을 보이고 스스로 사격을 하겠다고 한다면 시켜야죠."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며느리 욕심이 보통이 아니다. 물론 조 감독도 며느리의 꿈을 응원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땄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아직 없다. 29살이니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려보기에 딱 알맞다.

"아들도 그렇고 며느리도 그렇고, 지금 한창 전성기예요.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려면 내년에 국가대표로 선발되도록 전력 질주해야 합니다. 2세를 만들 여유가 없다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또 아버지 처지로서는 어서 빨리 손자를 얻고 싶은 욕심도 크죠. 내 욕심이야 당장 손자를 보고 싶지만, 나도 선수 출신인데 큰 대회 성적을 내겠다는 꿈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어쩌겠어요. 아들 내외의 꿈을 응원하고 내 희망은 잠시 미뤄둘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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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진 사격 감독. / 김구연 기자

창원선수권대회 잘 마쳐-사격장 활용방안 고민할 때

8월 31일부터 9월 15일까지 창원국제사격장에서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열렸다. 91개국 4200여 명이 참가해 2020년 도쿄 올림픽 쿼터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이 대회에서 조 감독은 산탄총 경기운영부장을 맡아 성공적인 대회 운영에 한몫을 했다.

"별 탈 없이 대회를 마쳐 다행입니다. 나도 거기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고맙기도 하고요. 이제는 이 좋은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세계적인 사격 메카로 떠오른 창원이 어떻게 하면 그 명성으로 시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다른 종목도 대부분 그렇지만, 각 종목별 최대 이벤트인 선수권대회나 올림픽을 치르는 과정에서 항상 '세계 최고 수준' 경기장을 갖추게 된다. 창원국제사격장 역시 마찬가지다.

마산 가포에 있던 경남사격장이 1982년 전국체전을 준비하면서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국내 최고 시설이 됐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전 종목 전자표적이 도입된 것.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사격 경기가 창원에서 열리면서 한번 업그레이드가 됐지만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리면서 대구가 창원사격장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번 창원세계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창원국제사격장은 또다시 국내 최고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췄다.

"시설만 보자면 세계에서 창원 따라올 데가 없습니다. 도쿄 올림픽 사격장은 임시 시설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끝나면 철거하는 거죠. 애틀란타 올림픽 사격장은 이미 철거됐습니다. 하지만 창원사격장은 영구시설로 했죠. 그만큼 앞으로 운영유지 비용이 많이 들게 될겁니다. 이 좋은 시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준비해야합니다."

창원국제사격장 시설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건 숙소가 사격장 안에 없다는 것이다. 창원축구센터만 해도 전지훈련 온 선수들이 합숙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창원사격장에는 예산 문제 때문에 숙소동을 따로 짓지 않았다. 앞으로 창원으로 전지훈련을 오려고 하는 국내외 팀으로서는 비용 문제 때문에 창원이 대상지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도 중요하다. 엘리트 사격팀 전지훈련 유치만으로는 시설 유지·운영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생활체육 저변으로 창원사격장을 녹여내야 하는 과제가 남은 셈.

"잘 갖춰진 전자표적 시스템과 레이저 감지장치 등을 이용한 서바이벌 경기장 운영도 한 방안일 겁니다."

창원국제사격장은 이미 사격 전 종목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고, 산탄총 관광사격장도 운영하고 있다.

"창원국제사격장은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사격연맹 규정에 따라 모든 사격장은 정북향으로 자리해야 하는데, 창원사격장이 그렇습니다. 도심에서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격장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물적 조건은 충분한데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운영하는 사람들의 창의력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된 시설이 한번 대회 치르고 사장되면서 '세금 먹는 하마'로 방치할 수는 없다.

"결국, 세계 최고 수준 한국 사격에서 경남 사격이 한국 사격의 중심이니 경남 사격이 세계 사격의 핵심입니다. 창원이 세계 사격의 메카가 되게 하는데 저 역시 보탤 힘이 있다면 힘껏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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