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을 달다 보니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패러디한 느낌이 다분하다. 영화를 안 봤기 때문에 제목을 알고 있지는 않았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줏대 없이 자기 편한 대로 이랬다저랬다 하는 어떤 언론을 비판하고자 함인데, 제목을 달고 보니 패러디가 되어버렸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지인이 공유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게시글을 봤다. 김 지사는 ‘염치’에 관해 풀이하면서 조국 민정수석의 게시글을 인용했다. 조국 수석은 조선일보의 기사 리스트를 갈무리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더랬다. 조선일보가 ‘통일이 미래다’ 시리즈로 보도한 기사들이 현 정부의 정책을 칭찬 일색으로 묘사하고 있어 낯간지럽기까지 하다.

‘북 관광시설 4조 투자하면 연 40조 번다’ ‘통일은 남북 모두 이익 68% 연방제 지지 27%’ ‘통일되면 북과 중 동북 3성이 경제·평화 허브 될 것’ ‘통일 한국 스포츠 세계 4강 넘볼 것’ ‘탈북자 90% 통일은 북에도 내게도 이익…. 남 국민보다 긍정적’ ‘통일비용 부담하겠다’ ‘통일 땐 5000㎞ 세계 최대 산업 벨트 탄생할 듯’ ‘남북 통합 땐 대륙과 연결된 6000조 원 자원 강국’…. 이 정도의 기사만 봐도 조선일보가 얼마나 통일을 열망하는 언론사인지 알 수 있다.

“동감하는 조선일보 기사들.” 조국 수석이 왜 조선일보의 이 기사들을 화면 갈무리해서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렸을까. 기사는 2014년 시점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 대박’을 주장했다. 이 기자회견을 계기로 통일 문제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던 조선일보가 갑자기 열렬한 지지자로 변해버린 것이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맞는 말이니 누가 나무랄 사람도 없긴 하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장밋빛 통일 강국을 설파하던 그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의 통일 정책에 반기를 들어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게 웬 아이러니? 박근혜의 통일과 문재인의 통일이 다른 것도 아니다. 그때는 투자이고 지금은 퍼주기다? 대상은 똑같은데 왜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렸다고 하는 걸까?

조선일보의 사설 몇 개를 제목만 인용해 본다. ‘국회·야당을 일렬종대로 김정은 앞 수행단 만들려는 발상’(2018.9.11) ‘판문점 선언 동의받으려면 100조 원 액수부터 정직하게 밝혀야!’(2018.9.13) ‘남북은 정상회담, 미는 대북 제재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2018.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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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이런 이중적 보도 태도를 보면 가장 먼저 ‘내로남불’이라는, 고전이 된 유행어가 떠오른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도대체 조선일보의 가치 기준은 무엇일까? 사회 정의도 아닌 것 같고, 평등에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자유? 남이야 어찌 됐든 제 맘대로 하는 거? 모르겠어. 수상해. 이런 수상한 언론이 너무나 큰 권력을 쥐고 있으니 그게 더 큰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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