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집중력 부재가 원인

"웬만해선 지고 있더라도 끝내 안 진다."

경남FC의 팀 컬러다. 그런 경남이 근래 "이기고 있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로 바뀌었다. 멀쩡히 이기고 있던 경기에서 혼이라도 나간 듯 역전당하기도 하고 어이없는 동점 골을 내주며 비기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 8월 15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2018 23라운드에서 0-3으로 패색이 짙던 경기를 끝내 3-3 동점으로 만들어냈다. '웬만해선 지지 않는다'는 팀 컬러를 제대로 뽐낸 경기였다. 전반에만 2골을 헌납했고 후반 들어 1실점을 더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만 2골을 몰아넣는 괴력을 보여준 경기였다. 이 경기 결과 2위 추격에 시동을 걸었던 울산에 찬물을 끼얹으며 지금까지 2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지난 9월 2일 전북현대모터스와의 K리그1 경기에서 패배한 경남FC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추석 연휴 첫날이던 지난달 2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FC서울과 29라운드 경기에서는 0-1로 끌려가던 경기를 끝내 뒤집고 2-1 승리를 챙겼다. 승리를 지키고자 서울이 3백을 구사하며 경남의 파상공세를 막으려 애썼지만 지지 않는 DNA를 지닌 경남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종부 감독이 경남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3골 차 정도로 지고 있더라도 경남 팬들이 기대감을 내려놓지 않은 지 오래됐다. 0-3 정도는 별 힘들이지 않고도 무승부나 역전승으로 갈 것이라는 신뢰가 생겨난 것이다.

그런 경남이 요즘 달라졌다. 이기고 있던 경기를 허무하게 역전당하거나 무승부로 마무리하는 일이 잦다.

지난달 30일 인천 숭의아레나에서 펼쳐졌던 인천유나이티드와 31라운드 경기. 경남은 전반에만 김효기와 파울링요의 연속 득점으로 2-0 리드를 가져왔다. 하지만 후반전 말미에 2골을 연속 헌납하며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3위 울산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승점 3이 절실했던 경남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지난달 16일 순천 팔마운동장에서 벌어진 전남드래곤즈와 경기도 마찬가지다. 전반에 2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은 듯이 보였지만 후반 들어 11분 만에 3골을 헌납하며 순식간에 2-3으로 역전당했다. 말컹이 극장골을 작렬시키며 3-3 무승부를 가져왔지만 누가 봐도 아쉬운 경남의 막판 집중력이었다.

경남이 이처럼 달라진 배경은 후반 집중력이다. 김종부 감독은 선수들에게 '멘털'을 강조하면서 다그치고 있지만, 선수들은 집중해서 이겨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이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멘털을 강조해서 거둘 수 있는 것은 이제 마지노선까지 왔다"는 말로 아쉬움을 표시했다.

시즌 시작 전 리그 13승을 목표로 했던 경남 구단은 그에 맞춰 예산을 편성했다. 승리 수당이 6000여만 원 나가는 현실에서 이미 15승을 거두면서 예산을 초과하는 지출 요인이 발생했다. 앞으로 몇 승을 더 챙길지는 알 수 없지만, 구단으로서는 예산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승리수당을 2배 이상 지급하겠다는 '베팅'이 어려운 사정이다.

더구나 경남이 시즌 초 약속받았던 각종 후원에서도 차질이 발생했다. 이래저래 비상수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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