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물건 만지작거리니 역사도 생생
풍금·삐삐·주판 등 전시돼
직접 체험…옛 문화와 공감
거닐면서 생태지식도 습득

◇생태체험, 창녕 산토끼노래동산∼우포늪생태체험장 전시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창원지역아동센터연합회가 두산중공업과 공동으로 마련한 9월 15일 올해 네 번째 생태체험에는 전원해운·마산늘푸른·성원·한울·민들레·창원상남 여섯 지역아동센터가 함께했다. 먼저 우포늪생태체험장 전시관에서는 미션 수행을 했다. 두꺼비와 도롱뇽처럼 아이들이 신기해하는 것은 미션을 내지 않았다. 내지 않아도 찾아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대신 우포늪 물 속 최강자는 무엇일까? 저어새의 부리는 무엇처럼 생겼을까? 줄기에 마디가 있는 것은 억새와 같지만 속이 비어 있는 식물은 무엇일까? 등등 놓치기 쉬운 부분을 미션으로 삼았다.

우포늪생태체험장 전시관의 외래 물고기 퇴치 놀이.

많이 하지는 않았다. 너무 많으면 아이들은 쉽사리 관심의 끈을 놓아버리기 때문이다. 여럿 말고 한둘 정도 몸과 마음에 새길 수 있으면 좋다. 게다가 여기에는 이밖에도 놀거리가 많다. 외래물고기 퇴치 놀이도 있고 모래로 동·식물 그림그리기 놀이도 있고 퍼즐 맞추기도 있다. 또 전망대에서는 둘레 풍경을 시원스레 한눈에 담을 수 있고 망원경으로 식물과 새들도 살펴볼 수 있다. 색종이도 많이 있어서 새와 개구리 등을 종이로 접어볼 수도 있다. 미션을 확인해 보니 문제가 쉬웠는지 다 맞힌 팀이 제법 많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두 팀에 쥐꼬리장학금을 건네주었다.

점심을 먹고 산토끼노래동산으로 갔다. 국민동요 '산토끼'가 태어났던 자리에 생겨난 시설이다. 일제강점기 여기 이방초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이일래 선생이 겨레의 암울한 현실과 해방 뒤 밝은 미래를 산토끼에 투영하여 만든 노래라고 한다. 아이들은 동산 들머리에서부터 세계 여러 토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토끼들은 종류별로 구분지은 울타리 안에서 앞발을 들거나 종종걸음을 치거나 귀를 쫑긋거리거나 먹이를 씹고 있었다. 아이들은 손뼉을 치고 탄성을 지르며 먹이를 주었다. 이런 가운데 선생님들은 토끼와 어울리며 노는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산토끼노래동산에서 아이들이 주는 마른 풀을 토끼들이 받아먹고 있다.

산토끼동요관에 들러서는 마찬가지 미션 수행을 했다. 땅에 굴을 파는 토끼는 산토끼일까, 집토끼일까? 우리나라 토끼는 산토끼일까, 집토끼일까? 산토끼 눈은 무슨 색깔일까? 토끼가 체온을 조절하는 부위는 어디일까? 산토끼 노래를 지은 선생님은 이름이 무엇일까? 등등. 산토끼 노래와 생태에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는 동요관 공간을 거닐기만 하면 곧바로 알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러고 마지막에는 환경서약서를 한 장씩 뽑아오면 되는 미션이다.

동요관 앞 그늘막 아래 모여 문제풀이를 했더니 이번에도 두 팀 빼고는 다 맞혔다. 우리 모두 생태환경을 가꾸고 지키자는 취지로 뽑아온 환경서약서를 함께 낭독했다. 그런 다음 '작은 동물원'으로 옮겨갔다. 전에는 없었는데 요즘 들어 새로 생긴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다른 나라 동물들이 많이 있다. 미어캣·사막여우·육지거북·코아티·양 등이다. 아이들은 신기해하고 선생님들은 아이들 사진 찍어 주기 바쁘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오전과 오후에 보고 들은 것을 되짚어보았다. 이것저것 몇 가지를 물었더니 다들 커다란 목소리로 또렷하게 대답한다. 늘어지지 않고 씩씩한 모습을 보니 오늘 활동이 나름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지식보다는 관심이나 흥미, 호기심일 것이다. 그것만 놓치지 않으면 나중에 알아보고 찾아보는 단초가 되어 지식은 절로 따라오게 되니 말이다.

◇역사탐방, 창원향토자료전시관∼함안박물관

역사탐방에서는 샘동네·회원큰별·정·해담·명동·햇살경화 지역아동센터가 함께했다. 창원향토자료전시관은 주남저수지 가까운 들머리에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주남은 찾아도 전시관은 찾지 않는다. 그런 게 있는 줄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소하달 수 있는 물품들과 사진들을 평생에 걸쳐 모아온 양해광 선생이 주인공이다. 해방 전후 시기 성적표와 60년대 교과서·가방·교복, 70년대 영화포스터·선거포스터·새마을 표어, 심지어 90년대의 삐삐나 지금은 쓰지 않는 구식 핸드폰까지 빼곡한 데다.

창원향토자료전시관에서 벽에 걸려 있는 옛날 교과서를 보고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선생님.

바로 엊그제까지 아이들의 어머니·아버지나 할머니·할아버지가 일상을 살면서 사용했던 생활용품들이다. 그런 물건들을 통하여 그 시절 사회·경제·문화·정치를 실감나게 들여다볼 수 있다. 가장 생생하고 친근한 역사가 놓여 있는 공간인 셈이다. 들어서니 양해광 관장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준다. 1분도 되지 않을 인사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만큼 아이들한테도 신기하고 살아 있는 장소이다.

여기 전시관의 특징은 나와 있는 물건들을 만져봐도 괜찮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옛날 풍금 앞에 앉아 건반을 눌러보기도 하고 옛날 교모를 써보기도 한다. 낡은 학교 책상에 앉아보기도 하고 옛날 구두닦이들이 쓰던 나무통 위에 발을 걸쳐보기도 한다. 다들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머금어져 있다. 주판이나 턴테이블을 보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핸드폰에서 손가락으로 누르면 절로 계산이 되고 이어폰만 꽂으면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지금 실정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만도 하겠다.

창원향토자료전시관에서 재봉틀을 만져보고 있는 모습.

우리 시대는 짧은 기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옛날에는 세대 간에 공감대가 많았다면 지금은 이질감이 더 크다. 같은 시공간에 살면서도 부모 자식이 서로 다르고 서로 이해하는 정도도 덜하다. 이런 면에서 향토자료전시관은 나와 있는 오래된 물건들을 통하여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고 공감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추석에 할아버지·할머니 시골집을 찾은 아이들은 어떨까? 어쩌면 몇몇은 여기서 본 물건을 시골집에서 발견하고 얘깃거리로 삼았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거리가 좀이라도 가까워진다면 역사탐방의 보람은 거기에 있다.(함안박물관 탐방은 지난 7월 프로그램 기사에서 소개했기에 생략한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