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생계 책임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
"질좋은 일자리 창출만큼
사회안전망 재정비 시급"

한국사회가 고령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노인빈곤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그러나 뚜렷한 해법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고령자 약 60%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생활비를 직접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추계 상으로 올해 외국인을 포함한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처음으로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넘어선 14.3%로 나타났다.

한국 고령층 문제가 심각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 고용률과 빈곤율을 동시에 나타낸다는 데 있다. 일하는 노인은 많지만 전반적으로 가난하다.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연금은 적고, 가족에게 기대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고령층은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한 노인이 이력서를 쓰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70~74세 고용률은 33.1%를 기록했다. 유럽경제위원회(UNECE)와 유럽연합(EU)이 회원국 28개국을 대상으로 지난해 공동 산출한 '활기찬 고령지표(Active Ageing Index)'와 비교하면 한국 70~74세 고용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EU에서 가장 많은 노인이 일하는 국가인 에스토니아(15.6%), 루마니아(13.5%), 포르투갈(11.7%)은 10%대 수준이다. 우리나라 65~69세 고용률도 지난해 45.5%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고령자가 일을 많이 하는 건 노년층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해서다. 실제 생활비를 '본인이나 배우자가 부담한다'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61.8%였다. 2011년(51.6%)과 비교하면 6년 만에 10%p 넘게 늘었다. '자녀 또는 친척 지원'은 이 기간 39.2%에서 25.7%로 크게 줄었다. 연금도 고령자 생활에 큰 보탬이 안 된다. 55~79세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올해 기준 57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4만 원 늘었지만 전체 고령자 중 연금을 받는 사람은 45.6%에 불과했다.

적은 지원 속에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3.7%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노인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구직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일자리 상당수가 임시직 같은 '질 낮은 일자리'라 일을 해도 상황이 나아지기 어렵다. 지난 5월 기준 55∼79세 취업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군은 단순노무직(24.4%)이었다.

이재원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고령층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일자리가 없는 고령층이 여전히 많은 데다 연금 수급률도 40%대에 그치고 있다"며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속도에 우리 사회가 아직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며 노인 빈곤율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양영자 경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화에 맞춰 미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연금 재정비가 시급한 문제"라면서 "노인빈곤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만큼이나 연금 재정비가 중요한 문제다. 1988년 국민연금이 시행된 뒤 연금을 받아가는 이들은 대개 좋은 직장에 다녔던 이들에 한정돼 있다. 복지국가 기본 설계는 연금으로 노인이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당장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서서히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노인의 날을 앞두고 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노인이 완전한 권리 주체로 인식되고, 존엄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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