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인공위성 등 연구
개발 '순조'성장성 여전
매출 하락 막을 대책 필요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이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교체 사업 수주에 실패함으로써 핵심 성장 전략인 중형 민항기 개발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래 성장성 약화라는 점에서는 아쉽다. 하지만, 이 사업을 수주했더라도 당장 매출에 반영되지 않는 데다 수주 시 대규모 적자에 시달릴 게 뻔했다. KAI가 위기에 처한 건 사실이지만, 준비 중인 미래 먹을거리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1일 사천시청에서 열린 항공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사천시민대회. /박일호 기자 iris15@

◇탄탄한 미래 먹을거리 보유한 KAI = BNK투자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는 KAI가 당장 처할 어려움과 주가 하락은 지적하지만 미래 성장성까지 부정하지 않는다. 이번 수주 실패로 회사 위기까지 언급되지만 KAI의 다양한 사업군을 알면 쉽게 할 수 없는 소리다. KAI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AI가 연구개발을 병행하는 사업분야는 무인기부터 인공위성까지 다양하다.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뿐만 아니라 헬기에서는 수리온(KUH) 양산에 이어 소형 민수헬기(Light Commercial Helicopter)와 소형 무장헬기(Light Armed Helicopter)를 개발 중이다. 우주 분야에서는 기존 다목적 실용위성, 올해 사업이 확정된 '킬 체인'의 핵심인 정지궤도복합위성 개발,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 2022년 쏘아 올릴 한국형 발사체 사업(일명 나로호Ⅱ)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하고 있다. 송골매 후속 군용 차세대 무인기(군단급) 개발도 진행 중이다.

◇소형 민수·공격헬기와 KF-X 개발 사업 순조롭게 진행 = LCH와 LAH 사업은 지난 2015년 6월 개발을 시작했다. KAI와 에어버스 헬리콥터가 함께 EC-155를 개량 개발해 민수용으로는 LCH, 군사용으로는 LAH를 개발한다. LCH는 이미 시제기가 나와 2020년 민수 인증을 획득해 민간 헬기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LAH는 우리 군이 운영 중인 노후공격헬기(500MD·AH-1S)를 대체하는 사업이다. 잘 알려진 코브라급 공격헬기를 자체 생산한다고 보면 된다. 12월께 시제기 1호기가 나올 예정이며, 2022년 개발을 끝낼 계획이다.

잘 알려진 KF-X(Korean Fighter eXperimental) 사업은 F-15·F-16을 능가하는 미들급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는 것이다. 2032년까지 최소 120기를 생산해 한국 공군에 인도하고, 인도네시아 공군에도 50기를 인도할 계획이다. 전체 사업비는 약 8조 7000억 원으로 이 중 우리 정부가 60%·참여기업 20%(KAI 15%)·인도네시아 20%를 각각 부담한다. 올해 상반기 기본설계에 들어갔으며 내년 말까지 생산이 가능한 상세설계를 마치고서 2022년 첫 시제기를 출고할 예정이다.

KAI는 이후 지상 시험과 초도 비행시험, 후속 비행시험을 마치고 2026년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작년 전반기에 분납금 452억 원을 보내고서 작년 후반기 분인 1389억 원, 올 상반기 분인 994억 원을 내지 않아 계획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하지만, KAI 측은 현재까지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외에 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진행 중인 정지궤도복합위성 개발은 단일 사업 규모만 1조 원에 달하고, 한국형 발사체 사업 규모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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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격기와 헬기 수출, 민항기 사업 확대 필요 = KAI가 다양한 미래 먹을거리를 준비 중이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이 문제다.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LAH가 우리 군에 본격 납품될 2022년까지 자체 먹을거리 확보는 당면한 과제다. KAI의 현재 상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조 4802억 원이었다. 방산비리 등으로 몸살을 앓은 작년 전체 매출 2조 원과 비교하면 준수한 편이었다. 영업이익도 742억 원으로 무난했다. 사업부문(제품)별 매출액을 보면 T-50과 KF-X 사업에서 5137억 7500만 원(34.7%), 수리온 계열 헬기 판매와 소형무장헬기(LAH) 사업에서 3651억 원(24.7%)이었다. 두 분야가 전체 매출의 59.4%를 차지했다. 기체부품 가공과 구조물 제작 등 민수 분야 매출이 5672억 원으로 전체 38.3%였다. 수주잔량도 17조 원대 중반으로 나쁘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떠들썩했던 민수용 항공정비사업(MRO)은 이제 겨우 합자회사(SPC)를 만든 시점이라 KAI 내부에서는 유의미한 매출 규모인 1조 원대로 성장하려면 5∼7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결국, 이후 3∼4년간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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