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싶다면 사소한 일부터 실천해봐요"
제 경험으로 찾은 방법은
스스로를 살뜰히 챙기고
인간관계 다이어트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 거예요

지난주 소설가 공지영(55)이 진주를 찾았다. 지난 27일 저녁 진주 혁신도시 내 한 공공기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행사로, 진주시, 진주문고가 함께 준비한 '문화가 있는 날'에 초청된 강연자였다. 최근 장편소설 <해리>(해냄출판사, 2018년 7월)를 출간한 그는 이번 가을로 등단한 지 꼭 30년이 된다.

◇행복을 위한 팁

공 작가는 더러 SNS를 통한 사회적 발언으로 논란의 한가운데 서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그가 지금까지 써온 소설들이 그렇다. 그는 사회 부조리에 무척 민감한 작가다. 그리고 그 부조리에 대해 서슴없이 '발언'한다. 그가 어떤 정당이나 이익단체에 속해 '활동'하는 게 아니라 그저 개인적으로 '발언'을 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두고 '신고정신이 강하다'고 표현했다. 실제 그는 112나 119에 신고를 자주 한다고 했다. 교통사고가 나거나, 구조물이 부서져 사고 위험이 있거나, 누군가 거리에서 과도한 폭력을 쓰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어쩌면 공 작가야말로 순수한 공화주의자인지도 모른다. '공공선에 대한 헌신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의 신고정신에 따른 사회적 발언이 때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대중들로부터 격려도, 나쁜 말도 많이 들었을 테다. 그 와중에 얻는 상처도 적지 않다.

"결국은 제가 행복하기 위한 거예요. 그래서 오늘 강연 주제도 행복하자는 게 되겠네요."

이날 공 작가는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곰곰이 성찰하고 정리한 행복을 위한 팁 몇 개를 공개했다. 뻔하다면 뻔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그동안 많은 상처를 받으면서 자신을 다독여온 작가의 말이기에 예사로 들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7일 진주시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서 강연하는 공지영 작가. /이서후 기자

◇자신을 정비하자

"시작은 이랬어요.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면서, 행복해지기로 하고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기로 했죠. 욕실 거울을 보면서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이 이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하는 거예요."

우선은 몸을 깨끗하게 씻고, 제일 알맞고, 예쁘고 청결한 옷을 입는 거다. 공 작가처럼 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잘 씻지도 않고 옷을 대충 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랜만에 외출을 하려고 잘 차려입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오, 괜찮네'한 경험들이 한 번씩은 있을 거다. 실제로 자신을 가장 많이 바라보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스스로 잘 입히고, 잘 먹이면서 자존심을 높여야 한다고 공 작가는 강조했다.

두 번째 팁은 주변 친구를 좀 골라내는 일이다.

"저는 나쁜 말한 친구를 다 잘라버렸어요. 나쁜 말이란 예를 들어 외모로 나를 품평하는 사람을 말해요. 사진보다 훨씬 예쁘시네, 같은 말들. 제가 작가님 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밌더라고요, 건강하고 좋아 보입니다, 의상이 잘 어울리세요 이런 말은 나의 행위 등에 대한 품평이지만 사진보다 예쁘다, 늘씬하시다 이런 말을 낯선 사람에게 듣는 건 불쾌하죠. 이게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으면 이미 무뎌지신 거예요."

이런 식으로 만났을 때 에너지가 뺏기는 사람들, 만나고 돌아오면 괜히 허기가 지고 짜증이 나는 사람들을 과감하게 주변에서 잘라 버리라는 말이다. 그리고 만나서 별다른 걸 하지 않아도, 만나고 오면 괜히 일기도 좀 쓰고 싶어지고 집안 청소도 하고 싶어지는 그러니까 활력이 되는 친구만 남기는 것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

자신과 주변을 정리하고 나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공 작가는 자신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자고 조언한다.

"이거 이야기하면 욕을 듣겠지만(웃음), 저는 사실 고등학교까지 시험만 보면 계속 1등이었어요. 심지어 만날 놀아도 그랬어요. 또 제가 1988년 <동트는 새벽>으로 등단을 했는데, 이거 하룻밤 만에 쓴 거였어요. 심지어 이것 이전에는 습작도 없어요. 하지만, 제가 5살 때 아버지가 당시 비싼 피아노도 사고, 선생님도 불러 제게 피아노 교육을 했는데 6학년이 될 때까지도 초보과정도 못 마쳤어요. 또 제가 세상에 태어나서 이건 정말 노력했다고 자부하는데, 진짜 하느님 앞에서도 알아달라고 항변할 정도로 애를 쓰면서 결혼 생활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했는데 남들 다하는 그게 저는 안되더라고요."

결국, 자신이 잘하는 거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가지 이상 잘하는 게 있다. 왜, 자신은 별로 힘 안 들고, 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즐거운데 사람들이 잘한다고 칭찬하는 일이 있지 않은가. 공 작가는 그게 글 쓰는 일이었고,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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