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도 롤 게임처럼 팀 플레이 중요
심재철 의원 '폭로' 되레 야당에 피해

<리그 오브 레전드>, 약칭으로 '롤'이란 게임이 있다. 근 10년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온라인 게임이다.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우리나라 선수단이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롤'은 개인 경기가 아닌 여러 명이 팀을 이뤄 게임을 한다. 양 진영에는 포탑들이 있다. 여러 마리의 미니언을 거느리고 적 진영의 포탑들을 파괴해야 한다. 상대 진영의 제단을 파괴하면 승리한다. 전투 중 캐릭터가 사망하게 되면 자기 진영의 제단에서 부활한다. 이때, 전투 과정에서 획득한 포인트로 여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능력이 다른 캐릭터가 백여 종으로 매우 다양하다. 팀의 캐릭터 구성, 전장에서 전술 운용, 유저 개인의 캐릭터 컨트롤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 승패를 결정한다.

팀 경기의 특성상 자기편 선수의 실수는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팀원 중에 누군가가 소위 '삽질'을 하게 되면 급격하게 밸런스가 무너져 만회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이유로 '롤' 게임 채팅창에 상대편이 아닌 자기편에게 심한 욕설이 난무하기도 한다.

요즘 정치판에서 '롤' 게임판과 비슷한 양상이 감지된다. 보수 야당은 '경제 갈래길'을 집중공략했다. 초반에는 '최저임금' 스킬이 먹히며 여당 진영의 '소득주도성장 포탑'의 에너지를 많이 깎았다. 여당 진영은 '경제 갈래길'을 방어하며, '통일 외교 갈래길'을 공략했다. 야당 진영에 세워진 '반공 포탑'들이 하나둘씩 파괴됐다. 야당 진영은 의원 캐릭터들과 보수 단체 미니언들을 보냈지만, 만회하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반공 포탑'도 파괴되기 직전이다. 초반 우세를 보였던 '경제 갈래길'에서도 뚜렷한 성과 없이 공방전 상태가 되었다. 야당 선수들은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우왕좌왕한다. 이때, 제단에서 부활한 야당의 한 캐릭터가 '적폐 청산 갈래길'로 달려간다. 그는 '심재철' 캐릭터다. 심재철 캐릭터는 제단에서 '기획재정부 비밀문서' 스킬을 획득했다. '적폐 청산 갈래길'에 있는 야당의 포탑들은 대부분 파괴된 상태다. 승산이 없어 보이는 그 갈래길로 심재철 캐릭터는 돌진한다. '기획재정부 비밀 문서' 스킬로 여당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확신한 거 같다. 심재철 캐릭터는 스킬을 시전했다. 청와대 직원들 400여 명이 1년 5개월 동안 2억 5000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는 거다. 사용한 곳도 '○○바', '미용업소' 등 이상한 곳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밤늦은 시각에 바에서 비싼 술 마시고, 안마시술 같은 거 받았다는 거다.

심재철 캐릭터의 스킬 시전은 성공할까? 우선 '기획재정부 비밀 문서' 스킬은 불법 스킬이다. 게임사에서 정상적으로 서비스하는 스킬이 아니다. 게임을 해킹해 불법으로 내려받은 스킬이다. 그렇다면 파괴적인 효과가 있을까? 막상 스킬을 시전했지만, 공격력이 허접하다. '○○바'라는 곳도 이름만 '바'지 일반적인 호프집이었다. '미용업소'라는 곳도 1인당 5500원 하는 사우나였다. 그리고, 400명이 1년 5개월 동안 2억 5000만 원을 썼다면, 1인당 1개월에 3만 6000원 꼴로 업무추진비를 쓴 거다. 청와대 '이정도' 총무비서관 캐릭터가 조목조목 해명하며 반격을 했다. 한 달에 3만 6000원, 이 정도 업무추진비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심재철' 캐릭터는 삽질을 했다. 가뜩이나 불리한 야당 진영에 큰 피해를 줄 것이다. 지난 대선,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야당 캐릭터들은 제단에서 부활할 때 현명하게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허접한 스킬에 포인트를 낭비할 때가 아니다. 훗날 '심재철' 캐릭터의 삽질은 전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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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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