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위급 무역회담을 전격 취소하는 등 무역분쟁과 관련된 이슈는 연휴 간에도 지속했다. 그러나 해당 논쟁과 시장의 상관관계는 약화하는 양상으로, 큰 폭의 변동성은 부재한 가운데 상승 재료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지난 주말 알제리에서 열린 OPEC 플러스 회담을 계기로 브렌트유가 80달러 선을 돌파하며 4년래 최고치를 경신한 소식과 미 국채 수익률이 3.0%를 넘어 재차 상승한다는 점 역시 시장에서의 위험 선호가 회복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이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를 전격 취소하면서 미중 간 화해가 녹록지 않음이 또다시 확인됐다. 그러나 금융시장에 반영되는 영향도는 중립 이하에 그쳤다. 연휴 간 위안화 환율을 비롯해 주요 무역 민감 지표들은 대체로 차분하게 반응했다.

연휴 간 가장 주목할만한 행보는 국제유가 시장에서 관찰됐다. OPEC 플러스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유가 정책 비판과 맞물려 일부 증산 움직임이 확인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회원국은 그 어떠한 공식 성명도 발표하지 않음으로써 증산이 쉽지 않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미 지난 6월 회담에서 트럼프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 증산에 합의했지만 실제 원유 생산은 되레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유가 진작을 바라는 주요 산유국의 의지와 함께, 과거 대비 현저하게 줄어든 유휴 생산여력도 설득력이 있다.

유가 상승을 지지하는 또 다른 요인은 달러 강세의 완화이다. 지난 8월 고점을 형성한 달러 인덱스는 이후 다양한 소음 구간을 통과하는 과정에도 하락세를 유지해왔다. 이는 무역 분쟁으로 위축된 위험선호가 회복됨을 방증함과 동시에 표시가격을 상승시킨다는 측면에서 유가를 비롯한 제반 원자재 가격에 긍정요인이 된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가 취임 3개월 만에 전격 사임하면서 페소 환율에 대한 우려가 점증했으나, 신흥시장 전반의 경계로 비화하지는 못했다. 터키 리라, 남아공 랜드 등을 비롯한 주요 취약국의 통화 변동성은 연휴 간 큰 소동 없이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터키 리라화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빠르면 이달 안에 억류된 미국인 목사가 석방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과의 관계회복 기대감으로 빠르게 반등했다. 아르헨티나 역시 중앙은행 총재 사퇴보다 IMF와의 구제금융 협상의 진전에 더욱 기대가 모이는 시점으로, 추가적인 변동성은 낮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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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시장을 짓눌렀던 무역분쟁과 신흥시장 통화 변동성 확대 이슈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악재로서의 신선도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연휴 간 불거졌던 이탈리아 재정이슈와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우려 역시, 문제의 확산과 비화보다 타협과 해결의 경로를 따를 공산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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