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턱 없는 인도 조성해놓고 탄력 주정차도 허용
보행자-주차차량-이동차량 뒤엉켜 안전문제 그대로

보행자가 안전한 환경을 위해 보도를 만들어놓고 주정차를 허용한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옛길' 일부 구간에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인 보행로 문제다. 창원시는 합성동 상권 활성화를 위해 3억 원을 들여 '합성옛길 문화의거리 시범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보행환경개선지구'로 지정된 합성옛길은 마산복음요양병원에서 시작해 양덕로까지 이어진 폭 10m, 연장 1.7㎞ 도로이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 뒷길 합성옛길은 도로를 중심에 두고 양편으로 상가가 늘어서 있다. 불법 주정차 차량, 보행자, 이동하는 차량이 얽혀 사고도 잦다. 특히 KB국민은행 동마산출장소 사거리에서 CU합성스마일점 사거리까지 140m 구간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에 접수된 보행·접촉 등 사고만 51건에 이를 정도다.

창원시는 이 구간 도로 양쪽으로 폭 3m 턱 없는 보행로 설치하는 공사를 하며, 일방통행 지정을 했다. 공정은 80% 정도이며, 10월 중순 완료될 예정이다. 시는 이 구간을 시작으로 합성옛길 전체 구간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30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 뒤편 인도에 자동차들이 주차해 있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피해 도로 한가운데로 걸어가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28·29일 이틀에 걸쳐 현장을 둘러봤다. 시민은 보행로로 걷고, 이동하는 차량은 차도로 다니는 등 구분이 됐다. 시민과 인근 상인은 보행로 설치를 호평했다. 유숙자(여·57·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보도가 만들어지기 전에 '밤 되면 사람만 다닐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으니 참 잘했다"고 말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박영록(39) 씨는 "사람들 걷기 편하고 차량도 정체되는 일이 없어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보행로가 만들어진 곳에 있는 가게들 장사하는 데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다만 CU합성스마일점 사거리 인근에서 차량 혼잡이 심하다. 주말에 CGV 마산점 영화를 보려고 지하주차장에 비는 공간이 생길 때까지 도로에서 기다리는 차량이 많다"고 염려했다.

문제는 보행로와 차도를 황색 실선을 그려 구분해 놓은 점이다. 황색 실선 구간은 시간대·요일에 따라 탄력적으로 주정차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 주정차 가능한 시간대·요일을 알린 표지판은 없다.

황색 실선 구간 보도에 차량을 주정차하게 되면 보행자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보도를 설치하기 전처럼 사람과 차량이 뒤엉키게 된다. 현장을 둘러봤을 때도 보도에 차량이 세워져 있는 경우 차도를 다니는 보행자와 이동 중인 차량이 뒤섞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보행로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차량에 밀려나버리는 것이다.

유숙자 씨는 "주정차를 허용해 차량이 보도를 점령한다면 보행로를 만든 의미가 없다. 아예 세울 수 없도록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아쉬움이 있다"며 "시에서 번잡하지 않은 낮 시간에만 주정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잘 조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산회원구청 관계자는 "보행로가 턱이 없는 상황에서 차도와 보도를 구분 짓는 시인성이 좋아 황색 실선을 그었다. 점선을 치면 점선 간 공간이 발생해 보도와 구분이 잘 안 될 수 있었다. 이동하는 차량이 보도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 경찰과 협의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정차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단속할 것이다. 이 경우 주정차 시간대·요일을 경찰과 협의해 정하고 단속하는 등 조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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