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항공산단 타격 우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Advanced Pilot Training) 교체 사업 수주 실패 소식이 전해지자 KAI 내부는 물론이고 관련 업계와 지역 경제계 전반이 실망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KAI는 침울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다. APT 사업을 수주하면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위상강화는 물론 대규모 실적 달성과 함께 T-50 수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방산비리 수사와 마린온 헬기 추락으로 침체한 분위기를 반전하고, 최근 고성공장 신축 추진에 따른 사천시와 갈등 해소도 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T-50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KAI 관계자는 "미국 공군이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BTX-1을 선택한 점은 고등훈련기 도입을 추진 중인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장직 한 직원은 "몇 년 전부터 작업량이 갈수록 줄어 급여도 감소했는데 이번 실패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회사가 대책이 있는지 모르겠고,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 항공업계의 실망도 크다. KAI의 사업 수주에 따른 '낙수 효과'로 내심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사천지역 항공업체 관계자는 "상당수 업체가 일감 부족문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돌파구로 생각했던 사업이 사라져 버렸다"면서 "사천과 진주에 조성되고 있는 경남항공국가산업단지도 타격을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천시와 시의회, 지역 사회단체는 말을 아끼고 있다. 고성공장 건으로 시의회가 항공MRO(정비)사업 지원 예산을 삭감했지만, 이번 사업 수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석 전 개최할 예정이던 KAI 규탄 집회를 연기한 상태다.

지역경제에 대한 우려는 한목소리다. 사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가 컸던 만큼 예상치 못한 결과에 상공인들의 아쉬움이 크다"면서 "그래도 지역 대표기업인 KAI가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1일 오후 2시 사천시청 대강당에서 사천시민사회단체 주관으로 '항공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사천시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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