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조각·광주·부산비엔날레 들여다보니
더 굳건해진 경계·대립…동시대 문제 화두로 끄집어내
창원 '공공미술'광주 '민주 정신'부산 '장소 변화'주목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불각(不刻)의 균형'

지구 상에 들끓는 내전과 전쟁을 거듭하는 중동 국가들과 서방 국가들의 다툼을 보여주는 '자유의 전사'(진기종 작가 작품). 종교전쟁은 인류가 해결하지 못하는 과제인가.

▲ 창원조각비엔날레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임영선 작 '이 찬란한 시대를 역사는 어떻게 단죄하랴!'. / 이미지 기자·(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2018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

이민의 가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이방인들이여, 제발 우리는 덴마크인과 홀로 남겨두지 마세요'(수퍼플렉스 작품·덴마크). 유럽 국경 통제 정책을 향한 중요한 이의 제기.

#2018 부산비엔날레 '비록 떨어져 있어도'

종반으로 치달은 인간과 화석 연료 간의 관계를 다룬 '딜리트 비치'(필 콜린스 작품·영국). 생태계가 처한 위기 상황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가 논제. 저마다 다른 주제로 열린 광주, 부산, 창원 비엔날레가 하나로 묶인다.

바로 오늘날 심해지는 전쟁과 난민, 민족 갈등 등이다. 각자 풀어내는 방식은 다르지만 동시대 문제를 동시대 미술로 말하고 있다.

◇견고해진 경계와 분리

창원조각비엔날레 창원 성산아트홀, '파격'이라는 주제로 열린 전시장 가운데서 군복을 입은 두 군인과 만난다. 진기종 작가의 '자유의 전사'. 둘은 한 손에는 상대를 저격할 총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가톨릭 신자의 묵주와 이슬람 신자의 염주를 잡았다. 눈을 감고 마주한 두 병사는 유일신인 하느님에게 다른 종교의 신념으로 기도를 한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전쟁터, 과연 신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줄까. 아이러니하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1전시실 2층에서 볼 수 있는 임영선 작가의 '이 찬란한 시대를 역사는 어떻게 단죄하랴!'도 묵직하다. 시리아 난민 아기 아일란 쿠르디를 연상케 하는 설치 작품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드문드문 볼 수 있는 국제적인 화두가 올해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에서는 중심이다.

광주비엔날레 주제인 '상상된 경계들'은 오늘날 심화한 국가, 세대, 민족 간의 이분법적인 경계를 넘어 복잡해지고 눈에 보이지 않게 굳건해지고 있는 경계들에 대한 재사유를 담았다.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40개국이 넘는 작가들이 참여해 세계화 이후 현재를 날카롭게 바라본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치적 여건과 경제 성장 속도, 민족 등 모두 다르지만 "우리는 하나야"라고 외치던 시대 이후 뚜렷해지는 경계를 겪고 있다.

스베이 사레스(캄보디아) 작가의 '침묵&외침'과 '과거의 난민 에피소드 4'. 타이와 캄보디아 국경에 있는 사이트2난민촌에서 13년을 살았던 작가는 전쟁과 민병대, 그리고 실향민에 대한 자서전인 작품을 내놓았다. 특히 연꽃을 몸에 두르고 위장용 복장을 한 자화상 조각은 인권과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대변하는 듯하다.

국적에도 계급이 있을까. 디뎀 외츠베크(터키) 작가는 '꿈의 여행'이라는 작품으로 세계 여러 국가의 여권 소지자의 신분 체계와 계급을 탐구한다. 작가는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제1세계 국가들만으로 이루어진 상상지도를 만들면서 이동 가능성의 실상을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1명의 총감독이 아닌 11명의 큐레이터가 7개의 전시를 선보인 광주비엔날레는 상상의 경계가 폭력의 역사 위에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한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도 전 지구적인 문제로 대두하는 대립과 갈등의 기저에 자리한 심리적 분리를 조명했다. 또 이러한 분리가 비단 물리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관계자는 "탈냉전 시대 이후 벌어지는 다층적 차원의 분리를 미술 작품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정체성에 답하다

1995년 시작한 광주비엔날레. 2002년 출발한 부산비엔날레. 그리고 2012년 1회를 맞은 창원조각비엔날레.

출발 지점과 역사가 모두 다르지만 2018년 현재 세 비엔날레 모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다시 대중에게 섰다. 1995년 1회 광주비엔날레를 개최할 때의 목표였던 '광주 민주정신'을 다시금 세우기 위한 작업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1회 작품(이응노 작 '군상' 등)이 다시 소개되고, 그동안의 비엔날레를 집약한 아카이브 전시장을 따로 마련했다. 또 광주의 지역성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5·18유가족 가운데 김정복 어르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당신의 할머니, 김정복', 광주의 성매매집결지와 업소를 보여주는 '랜드마켓, 랜드마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광주지역 한 예술인은 "광주비엔날레는 현대미술에 대한 호기심을 무관심으로 바꿔버렸다. 그래서 올해 비엔날레는 광주 시민을 보듬고 치유할 수 있는 작품에 신경을 많이 썼다. 미술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광주 시민 모두의 축제로 다시 태어나려는 시도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도 장소가 주는 의미가 크다. 그동안 비엔날레를 열었던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을 떠나 주요 거점을 을숙도에 세워진 부산현대미술관으로 옮겼다. 또 남포동 인근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를 활용해 부산비엔날레의 서부산시대를 열었다. 국내외 관광객에게 주목받지 못했던 부산의 새로운 단편을 발굴·소개하는 것도 이번 비엔날레의 목표다.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도 시민이 참여하는 공공재로서의 미술을 선두에 내세워 공공미술의 성격을 오히려 키웠다. 실외 전시장을 참여형 조각품으로 꾸몄다.

2년 후 다시 열릴 비엔날레, 세 도시가 올해를 어떻게 회상할지 궁금하다.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10월 14일까지. 2018 광주·부산비엔날레 11월 11일까지.

4 광주비엔날레서 만날 수 있는 디뎀 외츠베크(터키) 작 '꿈의 여행'. /이미지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