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와 집착도 학자에 필요한 덕목
겸손·개방의 자세 갖춰야 꼰대 탈피

한국 최대의 명절 추석이 지났다. 가족, 친척을 만나 기분 좋은 일도 있었겠지만,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어르신 이른바 '꼰대' 때문에 힘든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예전에 내가 말이야…", "네가 아직 어려서…", "요즘 젊은 애들은…"이라는 말로 시작해서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느라 가슴이 먹먹했을 수 있다.

꼰대는 일반적으로 권력이나 지위를 이용하여 권위적이고 완고하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려고 하기 때문에 서열(나이)과 상관이 많다. 옳고 그름을 따질 때 서열이 높은 사람이 무조건 진실되고, 낮은 사람에게 가르치려 들려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꼰대는 과거에 기초한다. 의사를 결정하는 데 왕년의 자기 경험과 지식을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에 시대적 변화를 무시하고 타인에게 복종을 강요한다.

어느덧 연구소 내 후배가 더 많아진 필자도 이러한 '꼰대질'을 하고 있지 않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연구소는 연구팀 단위로 연구 계획을 총괄하는 연구책임자, 실험을 주도하는 연구원, 실험을 도와주는 연구조원 등 역할분담에 따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연구를 수행한다. 다른 보통의 조직과 마찬가지로 구성원 간 갈등과 꼰대질이 있을 수 있다.

연구조직의 꼰대 유형으로 "내 권위에 도전하지 말라"는 경우가 많다. 연구자들은 대부분 수십 년간 한 분야에 몰입해 공부하고 연구한다. 남들보다 더 어려운 수련과 연구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전문가로서의 우월감(엘리트 의식)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행여나 수십 년간 공들인 연구 성과가 폄하를 받는다면 연구자들의 방어기제는 보통 사람보다 더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가끔 "학자로서의 명예를 걸고…"라는 문장을 사용하면서 자기주장을 강하게 어필하는 경우가 자기 방어와 권위의 대표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영국의 '아이작 뉴턴'은 자신의 중력법칙을 증명하고자 '달의 궤도'에 관한 관측 자료가 필요했다. 당시 달의 궤도에 관한 데이터를 왕실 천문관 '존 플램스티드'가 가지고 있었다. 뉴턴은 왕실과의 친분과 권위를 이용해 데이터 제공을 강요했고, 존 플램스티드가 이에 불응하자 애송이라는 말과 함께 모욕적 언사를 퍼부었다고 한다. 존 플램스티드는 "아이작 뉴턴 경은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고, 망가뜨리거나 짓밟으려고 한다"라고 회고했다.

또 다른 연구조직의 꼰대는 "자기 기술과 지식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하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장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단점만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자기 기술을 고집하는 경우이다. 경쟁기술의 발전 동향 파악을 게을리하거나 무시함으로써 생겨날 수 있는 오류이다. 에디슨이 대표적인 사례다. 직류발전기를 발명한 에디슨은 교류발전기의 장점을 짓밟으려고 교류를 '죽음의 전류'라면서 공개적으로 개를 감전시켜 죽이기도 했다. 교류의 감전 위험성을 공포스럽게 만화로 그려서 대대적으로 선전했었다. 이후 교류발전기가 미국 만국박람회 조명기술로 채택되면서 에디슨의 꼰대질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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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 인간관계가 강한 한국사회에서 꼰대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과학기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연구자들이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겸손', '유연', '개방'이 필요하다. 세상의 지식에 대해 자신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겸손한 자세,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든 배울 것이 있다는 유연한 태도, 자신이 아는 지식이 틀릴 수 있고 오류를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 사고를 해야 꼰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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