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한 중고거래가 활발해진 요즘,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물건을 사서 적당히 사용해보고 다시 돈으로 교환하는 문화가 생겼다.

내 주변 학생들은 유행하는 전자제품을 살 때부터 언제, 어디에 팔아야 비싸게 되팔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이 학생들의 목표는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새 상품을 사용해 보는 것이다.

새 상품을 사서 조금 쓰고, 곧(상품 가격이 내려가기 전에) 되팔아 또 다른 새 상품을 사서 써보는 행동은 내 눈에 다소 소비 지향적으로 비친다. 갖고 싶은 물건에 쉽게 손을 뻗고, 또 잠깐 사용하고 팔아버리는 행동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한번 들인 물건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게다가 써 보고 싶은 물건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실속 있는 전략처럼 보이지만 그 물건을 다시 내어놓을 만큼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을 테니 필요 없는 물건에 과소비한 셈이니 소비만을 부추길 뿐이다.

이런 단기적이고 소비 지향적인 흐름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 같다. 학생들의 중고거래처럼 물건을 소비하는 문화만 변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게 변해가는 듯하다. 기업이 노동자를 보는 시선이 특히 그렇다. 사람을 들여서 적당히 활용하고 바꾸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있다. 따라서 그저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역할만 수행하는, 계약직 채용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조사한 결과, 전체 채용 공고 중 비정규직(계약직, 프리랜서, 파견직, 인턴, 병역특례 등) 공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30% 가까이 되었다.

회사 안에서 잠깐 쓰이고 버려지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사용한 임시 부품들은, 그러니까 계약직들은 길어봐야 2년이 흐르고 나면 다른 기업을 찾아 나서야 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종종 '중고신입'이라는 단어를 듣곤 한다. 넓은 의미로는 늦은 나이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사람을 가리키는 은어다. '중고'의 사전적 의미에 따라 더 정확하게 유추해보면 '오래되었거나 이미 사용된 사람'이라는 의미다. 계약직으로 일하고 나와 새 회사에서 신입이 되었다 해서 그의 가치와 능력이 다른 신입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의 지난 경력이 더 좋은 성과를 안겨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물건이 아닌 사람에게, 남이 쓰고 내어놓은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은근하게 따라붙는다.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사람들도 계속해서 소비되고, 중고가 되기도 한다. 잠깐 사용해보고 되파는 중고거래가 유행하고, 유행에 따라 짧게 입고 버리는 SPA 상품이 유행하고, 값비싼 스마트폰을 3년 사용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물건들이 빠르게 소비된다지만 사람은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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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가치는 처음 씌워져 있던 포장이 뜯어졌다고 해서, 누군가 잠깐 썼다고 해서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을 쉽게 대체하는 고용문화가 가속화하고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무한 계약직의 고리 속에 빠지는 '중고' 인력들이 계속해서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에 불안이 무섭게 증식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물건처럼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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