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창원시 1000개 구비…벌써 분실
서울 1500개 중 23.8% 회수 못해
졸속입법 논란에 법 개정 움직임

"귀찮다고 아무 데나 놓아둘지 모르는 등 분실 위험이 크다", "세척제가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썼던 걸 쓰기가 꺼려진다."

28일부터 자전거 운전자·동승자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된다. 공영자전거 '누비자' 4184대(터미널 275곳)를 운영하는 창원시는 안전모 1000개를 구비했다. 하지만 벌써 안전모가 분실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26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파출소·마산합포구청, 마산회원구 양덕삼각지공원·SK엔크린 경남충전소 인근에 설치된 누비자 터미널을 확인했다. 바구니 안에 안전모가 들어 있는 자전거도 있고 아직 구비되지 않은 자전거도 있었다. 단말기 한편에는 세척제가 비치돼 있었다.

안전모는 바구니에 달려 있는 결박 밴드 안에 있었다. 창원시는 이달 초 자전거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결박하는 등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누구든지 밴드를 떼어낸 후 가져갈 수 있는 형태였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SK엔크린 경남충전소 인근에 있는 누비자 터미널 모습. 자전거 바구니 안에 안전모가 비치돼 있다. /류민기 기자

시민은 공영자전거 안전모 구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누비자 월회원인 신현정(23·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가장 먼저 '분실 위험' 문제를 지적했다. 신 씨는 "사람들이 안전모를 쓴 후 아무 데나 놓아둘 수 있다. 여기저기 돌다가 쓰레기통에서 발견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은 형태라면 한 달이 지나서는 100개 중 30개 정도만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양덕삼각지공원 자전거 4대 중 3대에 안전모는 사라지고 밴드만 남아 있었다. 이는 공영자전거를 운영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나타난 문제점이다. 대전시는 2014년 안전모 150개를 비치했지만 두 달이 채 안 돼 90%를 잃어버렸다. 또 서울시는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19일까지 공영자전거 '따릉이'에 안전모를 시범적으로 1500개 비치했는데 23.8%를 회수하지 못했다.

누비자 이용자들은 '위생 문제'도 걱정했다. 안모(29·창원시 의창구) 씨는 "안전모를 쓰기 전에 냄새를 먼저 맡아볼 거 같다. 비가 내리면 맞고, 땀이 배는 등 그대로 쓰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세척제가 있다고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안전모를 쓰지 않아도 처벌 등 불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안 쓸 사람은 안 쓸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따릉이 이용자를 모니터링한 결과 1605명 중 안전모를 착용한 시민은 45명(3%)에 불과했으며, 모바일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용자 1597명 중 85%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들은 미착용 사유로 위생(34%), 날씨(24%), 단거리로 불필요(22%), 헤어스타일 문제 등(20%)을 꼽았다.

이처럼 '졸속입법' 논란에 휩싸인 안전모 착용 의무화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서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 10명은 지난 21일 자전거 안전모 의무 착용 조항을 수정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어린이를 태우고 운전하는 경우 안전모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또한 이달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전모 착용 의무화와 관련해 논란이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회가 조만간 법을 좀 손봐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창원시 담당자는 "안전모 2000개를 구입해 터미널당 3~4개씩 1000개를 비치했으며, 잔여 1000개는 분실에 대비해 보관하고 있다"며 "나머지 3000개에 대해서도 추경을 확보해둔 상태이지만 법 개정 등 추이를 지켜보며 점진적으로 도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에 따른 분실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안다. 매주 점검을 해서 분실 상태 등을 확인하고 데이터화할 계획"이라며 "문제점이 발견되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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