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마산 돝섬서 태어나
무더위 등 낯선 환경 '고행'
21년간 시멘트 철창 속 생활
영국 생태형동물원서 새 삶
동물복지 실현에 관심 촉발

국내 유일의 북극곰 '통키'를 아시나요? 통키가 올해 11월에 영국으로 떠나 노후를 보낼 것이라는 소식을 지난 6월에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통키를 추적했습니다. 마산에서 태어나 평생 동물원에서 살아온 통키 일생과 더불어 지구온난화와 전시동물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니까요. ▶관련기사 5면

통키는 지난 1995년 마산 돝섬 해상유원지에서 태어나 1997년 에버랜드로 이주했다. 24번의 여름을 한국에서 보낸 통키는 여생을 한국이 아닌 영국에서 보낼 예정이다.

통키는 지난 2015년부터 혼자 살아왔다. 에버랜드에서 함께 살던 설희가 2014년 통키 곁을 떠나고 2015년에는 밍키까지 죽으면서 통키는 홀로 막사에서 살았다. 설희와 밍키가 죽으면서 에버랜드는 혼자 남은 통키에게 새로운 친구를 맺어주고자 북극곰 추가 도입과 통키 해외 이전 등을 고려해왔다. 그러다 지난 5월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Yorkshire Wildlife Park) 북극곰 전문 수의사와 사육사가 에버랜드를 방문해 통키 건강과 이전 가능성을 확인했다.

통키가 한국을 떠나면 국내에는 북극곰이 없다. 1980~1990년대까지 우리나라 동물원에는 17마리의 북극곰이 살았지만 지금은 통키만 남았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통키 이주를 결정하고서 "고령인 통키에게는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판단, 최적의 노후 생활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도 함께 했다. 최근 증가하는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연하고 겸허하게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쉽지 않았던 동물원 삶 = 통키가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삶은 고행이었다. 북극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뜨거운 여름을 났다. 또 부모가 누구인지, 가족과 언제 이별한 것인지도 불명확하고 지난 1970년대 지어진 사육장에서 살아왔다. 사육장에는 바닥과 벽이 모두 시멘트로 돼 있어 21년간 흙 한 번 밟아보지 못한 채 전시동물의 삶을 살아왔다.

특히 밍키와 설희가 죽은 뒤에는 전시동물이 보이는 정형행동을 많이 보였다. 북극곰은 영하 40도 추위와 시속 120㎞ 강풍도 견뎌낼 정도로 뛰어난 생존 적응력과 우수한 단열성으로 체온 손실이 거의 없어 북극 날씨를 이겨내기에 충분하다. 또 지구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해상 포유류 중 하나로서 하루 수십 ㎞까지 이동 가능한 넓은 행동반경을 가진다.

그러나 한국 동물원은 북극곰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북극곰에게 물은 매우 필요한 요소지만 통키에게는 제한적인 크기의 풀장이 있어 사육장이 한계를 보이곤 했다. 이 때문에 사육장에서 통키는 계속 같은 곳을 도는 정형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사육사와 관람객 사랑은 듬뿍 받아왔다. 에버랜드가 추정한 수치만 보면 1억 4000만 명이 통키를 보러 왔었다.

◇영국에서 보낼 노후 = 통키가 영국으로 가게 된 것은 에버랜드가 결정을 내렸기에 가능했다. 서울대공원이 돌고래를 자연방사한 후 눈에 띄는 동물복지 실현이다.

24살 수컷인 통키의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70~80세다. 에버랜드는 요크셔 야생공원과 협력을 맺고 세계적인 멸종위기 동물인 북극곰 통키를 영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요크셔 야생공원 북극곰 전문 수의사 조나단 크랙넬은 "통키가 나이에 비해 매우 건강하고 영국까지의 여행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영국으로 이전하게 되면 다른 북극곰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2009년 4월 문을 연 요크셔 야생공원은 4만㎡의 북극곰 전용 공간을 보유한 생태형 동물원이다. 대형 호수, 초원 등 실제 서식지와 유사한 자연환경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는 빅터(Victor), 픽셀 (Pixel), 니산(Nissan), 노비(Nobby) 등 4마리 북극곰이 살고 있는데 통키는 이들과 함께 지내거나 단독 생활을 할 수도 있다. 4마리 북극곰도 독일, 러시아 등 외국에서 이곳으로 이주했다.

에버랜드는 행정·검역절차, 이동 시 외기 온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11월 말 이전을 추진하며 이전에 드는 비용을 모두 부담할 예정이다.

15년 가까이 통키를 보살펴온 이광희 전임사육사는 "정든 통키와 이별이 너무 아쉽지만 다른 북극곰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평소 통키가 좋아하는 것들을 준비해 더욱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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