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났다. 누군가에게는 길고 넉넉한 휴가였겠지만, 몸과 마음이 힘들게 느껴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9월 초부터 추석 연휴 기간까지 평등한 추석 명절 함께 만들기 캠페인을 벌였다. 또 지난 8월 31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2020) 보완 정책 중 하나로 무급가사노동을 가치화하는 통계의 신규 개발이 포함되었다. 여성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명절 연휴를 전후한 때에 '독박' 가사노동에 대한 불평이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성차별이 완화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현실은 가사노동이 여성 한쪽 전담으로 되다시피 한데다 사회적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함을 입증하는 것들 지천이다. 사정이 이러니 가사노동이 집중되는 '명절노동'을 피하려고 교회에 나가는 여성이 있다는 말은 더는 우스갯소리가 아닌 세상이 되었다. 명절을 아예 없애는 것이 낫다는 격한 주장도 나올 정도다. 한국처럼 가사노동이 여성 일방에게 쏠리거나 한국 외에 명절을 '지옥'으로 느끼는 여성들이 있는 나라도 찾기 힘들다.

육아를 포함하여 여성의 가사노동 전담이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낳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로 부상한 지 오래됐고 가사노동 부담 역시 여성의 취업이나 사회 진출에도 방해가 되어 성차별을 고착화하고 있다. 여성의 가사나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정책이 끊임없이 정부에 요구되고 있지만, 아내와 남편, 또는 부모가 함께 가사나 육아에 동등하게 참여하지 않는 한 정부가 아무리 돈을 쏟아붓고 정책을 개발해도 성공할 수 없다. 젊은 여성들의 결혼 기피나 저출산 현상이 가사·육아 전담에 대한 저항임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곡식을 추수한 후 조상에게 감사드리며 수확의 기쁨을 누렸던 전통 명절은 근대 이후 타지에 흩어졌던 가족들이 유대를 확인하거나 재생산하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명절은 누구나 평등하게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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