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차례(茶禮) 때 얘깁니다. 조상들 차지여야 할 추모 자리에 생뚱스레 남북 정상 부부들이 백두산 천지에서 환히 웃는 환영(幻影)이 끼어들어 마음이 산란했습니다. 그 연유는 내 나름의 이런 깜냥 때문이었습니다. 70년 남북 적대 장벽을 어렵사리 허물고 나란히들 선 자리가 아니던가. 그 천금과도 못 바꿀 세기적 순간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서라도 간소하지만 정성을 들인 고사(告祀) 제물이라도 차려 놓고 백두산 산신께 평화통일 기원 절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던 것입니다.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육당(六堂) 최남선의 백두산 기행문 가운데 한 대목입니다. "아프리카의 원시림에 들어선 찰스 다윈이 그 신비감에 어리둥절하여 '오 하느님!' 했다는 것처럼 나는 백두산 천지의 신비를 언뜻 접하며 문득 '에구머니!' 소리치던 일을 잊어버리지 못합니다."

'산은 산이요(山是山)

물은 물이로다(水是水)'

백두산은 한겨레 산!

천지 물은 한겨레 물!

엄숙한

이 정언(定言)판단문 앞에

태클 따윈 얼씬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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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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