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공직시스템 가동 중인 김해시
시너지 효과 내려면 시장 역할 중요

'다마스쿠스 칼'은 수십 년간 고난도 기술을 익힌 명품 대장장이가 아니면 만들기 어렵다. 이 칼은 철의 도시로 유명한 시리아 '다마스쿠스시'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이 칼을 처음 만든 대장장이 이름을 땄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탄소 함유량이 다른 여러 가지 철을 섞어 수십 번이 넘도록 담금질과 비틀기를 반복해 일정한 무늬(물결)가 생길 때까지 두들겨 만든 칼이다.

명품 요리를 만들어내는 유명 셰프들은 한결같이 이 칼을 갖기를 원한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재료를 사용하더라도 거침없이 썰어내는 명품 칼끝이 아니면 원하는 요리모양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유명 셰프들의 명품요리에는 보이지 않는 명품 대장장이의 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셈이다.

미세한 차이(칼끝)가 상품의 품격을 결정하는 이른바 '디테일의 힘'이다. 이런 '디테일의 힘'은 민선 이후 공직사회로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허성곤 시장이 '시정의 전문화'를 위해 소위 '공직계 다마스쿠스 칼'을 만들고 있다. 전문가가 필요한 분야에 전문인을 채용해 업무를 맡기는 이를테면 '개방형 공직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그는 취임 이후 노무사와 변호사, 빅데이터 전문가, 투자유치 전문가, 공동주택 전문가, 교통·회계·홍보·국제교류 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인들을 채용하고 있다. 전문인이 필요한 시 산하기관장 자리에도 전문가 채용을 주문하고 있다.

공직계 전문인 채용은 시민들에게 시정의 무한 신뢰성을 준다는 점에서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이들 전문인이 가진 능력을 어떻게 이끌어내 '공직계 다마스쿠스 칼'로 활용하느냐다. 약은 구했는데 처방이 문제라는 것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답을 구한다면 하나는 전문 공직자들이 일반 공무원이 주류인 공직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상태로는 공직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개방형 공직자 채용은 시정의 동력과 공직 전체의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또 하나는 누구든 일해야 하는 공직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공직 전문인들이 채용 이후 전문인이라는 자존심에 도취해 나태해지면 시민 혈세만 낭비하는 셈이다. 공직에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는 순환근무가 원칙인 일반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갖춘 전문인들을 대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는 공직 전문가 채용 후 시정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반직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부정론도 나온다. 이런 '부정론'을 '긍정론'으로 바꾸는 게 시장이 할 일이다. 시민 욕구가 다양해질수록 공직계 전문인 채용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전문인 공직자들을 '공직계 다마스쿠스 칼'로 활용할지 아니면 일반 공직자와 별반 다름없는 무딘 '무쇠 칼'로 묵혀둘지는 허 시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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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을 손에 쥐고도 어떻게 꿰어야 할지를 모른다면 그건 시민의 불행이다. 그가 공직계 명품 요리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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