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기간 미디어 안내 역할 맡아
취재 열기 보면서 많은 걸 배워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평창'이라는 두 글자가 울렸다. 세계가 평창을 주목했고 사람들은 평창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다음 해인 2012년 런던에서는 '창원'이라는 두 글자가 울렸다. 1978년 서울 개최 이후 40년 만에 비유럽권에서 열리는 대회였다. 역시 세계가 창원을 주목했고 사람들이 창원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길을 걸으면 대회를 홍보하는 광고판이 보였고 버스를 타면 구수한 사투리로 대회 개최를 알리는 광고도 들렸다. 대회 개막 11일 전, 나는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홍보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개막 이틀 전인 8월 31일 대회장인 창원 제사격장을 찾았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이미 자원봉사자들이 가득했다. 대회가 시작됐을 때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직무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일정과 직무설명을 듣고 봉사 장소인 결선 경기장으로 향했다. 내가 맡은 역할은 미디어 통제 및 안내였다. 이미 설치된 기자석과 공동취재구역에서 직접 설명을 들으며 어떤 일을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결선경기가 있는 9월 2일, 첫 출근을 했다. 들어오는 입구부터 대회가 시작된 것이 느껴졌다. 총기를 사용하는 국제대회인 만큼 보안검색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대회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volunteer'가 적힌 조끼를 입고 출입 카드를 목에 건 채 홍보부 사무실로 들어갈 때는 조금 긴장도 됐다. 서둘러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이미 자리를 차지한 기자들도 보였다. 곧이어 선수들이 입장하고 심판들도 각자 자리에 위치했다. 경기가 시작되려고 하자 나는 기자석의 출입을 통제하려고 관중석 가장자리에 있었다. 사실 통제를 하려 해도 관중과 기자들이 적어서 실망감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턱수염을 한껏 기른 외국인 해설자가 경기장 중앙으로 나왔다. 그러곤 마이크를 들더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조금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피식 웃으면서 그걸 보고 있던 나는 바로 뒤의 커다란 소리에 깜짝 놀랐다. "안녕하세요!" 관중석을 꽉 채운 사람들의 인사였다.

기자석이 맨 앞에 위치해 앞만 보고 있던 나는 그때까지 관중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경기장은 선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고함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놀라움과 신기함의 연속이었던 첫째 날 이후로는 제법 아는 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결선 경기장으로 기자를 안내하기도 하고 경기 시간을 묻는 사람들에게 일정을 알려주기도 하였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선수들이 공동취재구역으로 이동하는 통로를 관중들이 지나다닐 수 없게 통제하고 길을 알려드리기도 했다. 결선 경기장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진종오 선수가 출전한 10m 남자 공기권총 결선경기였다. 막판 대역전승이 일어난 경기이기도 하지만 어느 경기보다 대단한 취재 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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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원봉사자였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보이는 선수들과 항상 한국어 인사말을 준비하는 외국인 해설자, 또 하루에도 몇 번씩 경기를 취재하는 언론인들을 곁에서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으며 또 새롭게 다가왔다. 대회는 폐막했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의 추억 속에서 열정과 자부심이라는 이름으로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추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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