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매듭 필요" 발언
피해자 해산 요구 고려
합의 파기·한일 관계 변수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종결을 거론함에 따라 이미 유명무실화한 재단의 해산이 가시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하 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 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유관 정부 부처 당국자들은 26일 재단의 처리와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것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매듭지을 필요'를 거론한 만큼 관련 논의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 발언으로 방향성은 나온 상황"이라며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에서 협의해 가면서 머지않아 재단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354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한일위안부 합의에 따라 이듬해 7월 출범했다.

"한국 정부가 전(前)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한일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전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했다"는 위안부 합의 내용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재단은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약 99억 원)으로 피해자와 그 유족에 대한 치유금 지급 사업을 했고, 생존 피해자 34명(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시점 기준), 사망자 58명에게 치유금으로 총 44억 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한 끝에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키로 하면서 재단은 갈림길에 섰다.

특히 이사진 중 민간인들이 작년 말까지 전원 사퇴하면서 재단은 사실상 기능 중단 상태가 됐고,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주도로 지난 3일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가 시작됐다.

결국, 문 대통령이 재단을 매듭지을 필요를 거론한 것은 재단이 더는 역할을 하기 어려운 현실과 피해자 측의 해산 요구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은 문제는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기존의)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말했지만 일본은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치된 재단이 해산되면 위안부 합의 파기 수순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재단에 출연한 10억 엔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관심을 끈다. 일본이 출연한 돈을 일본에 돌려주거나 위안부 피해자 지원 등의 취지에 맞는 다른 사업을 해야 할 상황인데, 그에 필요한 한일 간 협의에 일본이 응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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