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 잔 사용 늘고 인식 개선도
종이컵 증가 등 부작용 보완해야

정부는 한 달여 전 환경 보호를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식음료 매장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지난달 실시한 일회용 컵 규제 관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52개의 매장에서 전체 1만 2847개 컵 중 1만 461개(80%)의 다회용 잔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시행 이후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줄고 다회용 잔 사용이 늘어난 것이다.

한 달 사이 일회용 컵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도 개선됐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달 10~15일 소비자 79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정부의 커피전문점 일회용 컵 사용 제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 10명 중 8명은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컵 사용을 제한하는 정부 정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최근 한 달 사이 겨울철 판매량이 많은 텀블러의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일회용 컵 사용 규제의 순기능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사용은 줄었지만, 플라스틱이 코팅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량은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종이컵으로 음료를 테이크아웃(take-out)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종이컵은 재활용이 안 되는 코팅 종이컵이 대부분이라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지어 방수를 위해 폴리에틸렌(PE)이 코팅된 종이컵은 자원재활용법의 규제대상에서도 빠져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렇게 코팅된 종이컵은 재활용률이 10%도 안 될 뿐 아니라 종이와 코팅 부분을 분리하기가 까다로워서 오히려 일반 쓰레기의 양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코팅된 일회용 종이컵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화관 등에서는 텀블러 등을 사용했을 때 할인 혜택을 주거나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활용하는 등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앞으로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또 있다. 수백 명이 몰리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머그잔의 수량 부족, 인력 부족 등으로 머그잔만을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손님이 매장을 나가면서 마시던 음료를 일회용 컵으로 옮겨달라고 하면서 머그잔과 일회용 컵이 이중으로 사용되어 오히려 일손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토로한다. 또한, 소규모 업체들은 세척시설, 인력 충원 등의 여건을 갖추기 어려워 설거지 인력을 추가로 충원해야 하는 상황까지 생기고 있고, 아르바이트생들은 '설거지옥'을 하소연하고 있다.

한편 규정 안내 없이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제공하거나 다회용 컵을 충분하게 비치하지 않으면, 매장 면적과 위반 횟수에 따라 업주에게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데, 업주뿐만 아니라 손님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손님이 우겨서 일회용 컵을 받은 경우에도 적발 시 과태료는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정책 시행 초기에 순기능과 역기능이 고루 나타나고 있지만, 일회용 컵을 점차 줄여 가야 한다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끌어낸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영세한 매장에서 설거지 전담 직원까지 써 가면서 규제를 지켜나가는 것은 현실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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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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