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귀환, 적대행위 중지 군사합의 최대 성과
미, 평양선언 긍정적 평가…심도있는 논의 길 열려

문재인 대통령이 2박 3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20일 오후 서울로 귀환했다. 

18일 평양국제공항 도착 직후부터 극진한 환대로 시선을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도 문 대통령 내외와 백두산 등반 및 오찬을 함께하며 우애를 다졌다.

18·19일 두 차례 회담을 통한 두 정상의 '9월 평양공동선언'은 역사적으로나 내용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이번 선언에서 실질적인 종전을 선언하고, 그를 통해 조성된 평화를 바탕으로 공동 번영으로 가는 구체적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영변 핵시설 폐기 의지를 밝힘으로써 북한 핵 불능화가 실천적 단계에 돌입했고 군사적 긴장완화는 실질적 불가침을 제도화했다"고 밝혔다.

2박 3일간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군사분야 합의'가 특히 진전을 넘어 파격적이다.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대전제 아래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과 서해상 평화수역 및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 공동유해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계로 꼽히는 건 역시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이자 핵심 쟁점이었던 비핵화다. 문 대통령 말대로 "남북이 처음으로 합의한 비핵화 방안"이고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긴 했지만 미국 측이 요구하는 모든 핵무기·핵물질·핵시설에 대한 신고·검증 절차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보수 정치권의 혹평도 이에 근거한다. 자유한국당 윤영석(국회의원·양산 갑)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국민적 염원인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전혀 없다.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반도 평화는 어렵고, 남북관계도 결코 발전하기 어렵다"고 했고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북한이 '선(先)종전선언-후(後)비핵화' 조치를 주장해 온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영변 핵시설도 미국의 '상응할 만한 조치'라는 전제가 달렸다"고 지적했다.

윤영찬 청와대 수석도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평양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UN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떠난다. 북미 간 대화의 중재와 촉진을 위한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새로운 다리,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19일 선언문 서명식 후 회견에서 "우리 앞길에는 탄탄대로만 있지 않을 것이다. 생각 못했던 도전과 난관, 시련이 막아 나설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긍정적 신호가 있다면 평양 합의와 별도로 숨 가쁘게 전개되는 남·북·미 '물밑 대화'다. 19일 공동선언 직후 "북한이 다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평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나는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엄청난 서한을 받았다. 그것은 3일 전에 배달됐다"고 해 관심을 모았다.

곧바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공식 성명을 내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 모든 시설의 영구 해체를 포함,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북미관계 전환을 위한 협상에 즉각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미국과 IAEA 사찰단 참관'은 평양공동선언문에 없는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졌다는 북측 서한에 모종의 '진전된 제안'이 담겼음을 추정케 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9일 평양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동선언 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이를 토대로 내주 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심도있는 논의가 가능해졌다. 북미 협상이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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