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가족을 둔 이산가족과 새터민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반겼다.

지난 8월 20일 금강산에서 열린 '제21차 남북이산가족 상봉'에서 이복동생을 만났던 김영자(73) 씨는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을 담은 남북 합의문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씨는 "이산가족에 대한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좋은 소식을 전해줘 매우 기쁘다"며 "짧은 시간이라도 가족을 만난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상설면회소가 하루 빨리 개소돼 이산가족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또 수 차례 이산가족 상봉을 바라왔지만 늘 가족을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산가족 할머니는 "여든을 넘겨 내가 얼마나 살지 모르겠지만 살아 생전 가족을 만나는 게 꿈이다. 적십자사로부터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10여 년 전에 들었는데 조카라도 만나 동생의 생전 모습을 듣고 싶다"며 "대통령이 우리 같은 실향민을 위해 꼭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2006년 한국에 온 새터민 이모(32) 씨는 이번 공동선언은 지켜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 씨는 "북한에 대한 믿음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문 대통령 취임 후 김 위원장과 벌써 세 번째 만난 만큼 공동선언이 지켜지리라고 믿고 싶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전쟁위험 제거와 적대 관계 해소를 어떻게 해나갈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또 2003년 탈북한 한라연(47) 씨는 한반도 핵무기 폐기 등의 선언이 지켜진다면 좀 더 단합된 한반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 씨는 약속 이행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그는 "공동선언 내용은 좋은 소식이지만 그간 남북이 약속을 하고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만큼 긍정적인 요소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또 문 대통령 이후에도 이러한 평화선언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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