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력 질타, 선수단 미팅서 '절실함'강조
ACL 자력진출 의지 피력 … "목숨 걸고 뛰어야"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울산이 못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잘해서 준우승하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에 바로 가겠다는 욕심 안 생기나? 왜 그리 '절실함'이 없는 거야?"

경남FC 김종부 감독이 단단히 화가 났다.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클래식) 28라운드까지 진행하면서 상위스플릿에 정규리그 5경기를 남겨두고 미리 안착했지만 김 감독의 속내는 여기에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18일 함안에 있는 클럽하우스에서 오후 훈련 시작되기 전 김 감독은 선수단을 전부 회의실로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20여 분에 걸쳐 선수들에게 꽤 많은 얘기를 했다. 대부분은 선수들의 '멘털'을 다잡는 얘기였다. "앞으로는 같이하겠다는 선수하고만 가겠다. 하기 싫으면 말해라. 쉬게 해주겠다"는 말까지 나왔단다.

김 감독이 이처럼 화가 난 것은 지난 15일 전남드래곤즈와 경기에서 드러난 경기력 때문이다. 승패를 떠나 이날 선수들에게 '절실함'이 없었다는 판단이다.

이날 감독에게 쓴소리를 들은 선수들이 훈련하는 운동장에서 김 감독에게 속내를 들어보았다.

"전반전에 시도한 4-3-3 포메이션이 경기력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었지만 2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후반에 공수를 오가며 큰 활약을 하던 네게바를 뺐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10분 만에 3골을 헌납할 수 있나"라고 한탄했다. 한 골 먹었을 때 재빨리 무엇이 문제였는지 파악하고 대처방안까지 일사불란하게 운동장 안에서 대응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이렇게 된 게 멘털과 프로의식의 문제로 짚었다.

"좀 전 선수들에게 '용병' 얘기를 했다. 용병들은 돈을 받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전쟁에 참여한다"며 "도민이 낸 세금으로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정말 목숨이라도 내놓겠다는 각오로 경기장에 나서야 하는 게 프로라는 얘기도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 선수들에게 프로의식을 감독이 말로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한심하다"고도 말했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김 감독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제 10경기 남았는데 모두 져도 6위는 한다. 순위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우승이라도 하고 싶지만, 우승을 목표로 하면 지나치게 과부하가 걸린다. 울산이 못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잘해서 준우승하고 ACL에 나갔으면 좋겠다. 남은 경기 중 7경기 정도만 바짝 잘 해준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K리그1 3위는 홍콩하고 플레이오프를 벌여야 하는데 이변이 없다면 본선에는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내년 1월 말부터 플레이오프전을 치르다 보면 일정이 엉망이 된다. 그 시점은 전지훈련을 통해 체력을 강화하고 팀의 전략과 전술을 만들고 익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선수 보강도 계속해야 할 시기다. 한 해 농사를 결정지을 매우 중요한 시기를 허비할 수 있어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그동안 리그 성적이나 ACL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던 김 감독이 이날은 솔직하게 목표를 제시하고 선수단과 함께 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선수단의 멘털이 달라져야 한다는 감독의 요구에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정규리그 남은 5경기, 그중에서도 특히 오는 22일 FC서울과 경기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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