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을 앞두고 체불임금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곤 한다.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들의 딱한 사정을 들어주고 어렵고 곤궁한 처지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가 쉬운 게 이른바 대목 전 인심이다. 하지만 연민이나 동정의 분위기 이전에 체불임금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여 문제가 발생하는 근원부터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젠 필요하다.

경남·부산·울산지역에서 체불임금이 지난해 7월보다 약 2%가 늘어난 1668억 원에 이르면서 정부는 내달 31일까지 집중 지도에 나선다고 한다. 창원고용지청이 관할하는 창원·함안·창녕·의령에서도 8월 말 기준 5420명 노동자가 290억 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관할 지청에서도 체불임금 사업주들을 사법처리하고는 있지만 마치 명절을 앞두고 벌어지는 연례행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노동계는 체불임금과 관련한 사법절차와 규제를 대폭 수정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즉,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신용 제재 강화 △소액체당금 절차 단순화와 기준 확대 △체불 사업장 특별근로감독 △조선소 물량팀 고용 금지 △비정규·하도급 노동자 체불 원청 책임 강화 △불공정 도급계약 근절 방안 마련 △임금지급 보장기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체불임금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문제와 밀접히 연관되면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정부가 체불임금이라는 하나의 문제를 처리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이와 관련된 다른 문제들도 동시에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문제가 풀릴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체불임금과 관련된 노동계 요구를 과도한 집단 이기주의라고 치부해선 곤란하다. 오히려 정부는 동일한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젠 수용해야 한다. 명절을 앞두고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돌보자는 식의 캠페인이 아니라 시장경제에서 빚어지는 부작용이 바로 체불임금 문제이다. 다시 말해, 시장의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 엄격한 규제와 징벌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친 노동이고 반기업 정서라고 말하는 건 정말 황당한 궤변에 불과할 따름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