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허락 없이 문 닫으면 계약위반으로 불이익 당해
가맹점주 "이건 인권문제" 탄력적 영업제 요구 확산

추석을 코앞에 두고 편의점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점주들이 추석 당일 하루만이라도 자율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편의점가맹본사가 365일 의무영업 원칙만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가맹점들은 본사와 계약 관계로 마음대로 휴무할 수 없다. 편의점 24시간 영업 결정은 본사와 가맹점주 계약 형태에 따라 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영업장려금 등 본사 지원을 받으려면 24시간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본사 허락 없이 문을 닫으면, 계약 불이행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올해 추석 연휴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본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자율 휴무를 결정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다만 산업단지나 오피스 상권 등 명절 연휴 매출감소가 예상되는 점포에 한해 본사와 협의를 거쳐 휴점할 수 있다. 나머지 편의점 가맹점들은 이번 추석 연휴 원칙적으로 문을 열어야 한다.

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올해 추석에도 매장을 지켜야 된다며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문정민 기자

최근 일부 언론에서 CU가맹점주들이 본사와 협의 끝에 명절 휴무 자율화가 허용됐다고 보도했지만 19일 CU 본사는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날 CU본사 관계자는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명절 휴무 자율화를 허용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영업팀 관계자는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점포 매출과 입지 조건에 따라 문을 닫는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새롭게 제도화된 부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추석 연휴 탄력적 영업을 두고 온도 차를 보였다.

창원 의창구 도계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탄력적 영업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24일 추석 당일 가족과 차례를 지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잠시 문을 닫겠다고 지역 영업부에 말했지만, 이에 대한 내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1년 내내 문을 열어야 하는 가맹점주들은 명절만이라도 문을 닫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는 "본사 눈치 보지 않고 명절 연휴 기간 단 하루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다. 명절 휴무는 인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48) 씨는 "대신 일할 사람을 구하고 차례를 지내고 싶어도 명절에는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라며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쓰면 인건비 부담도 크다"고 토로했다. 집안 장손인 이 씨는 명절이 되어도 가족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월 편의점을 연 주모(43) 씨는 "명절에 홀로 매장을 지키고 있으면 서글프다. 다들 고향으로 떠나 장사가 잘되지 않고 하루쯤 문을 닫고 싶어도 본사 방침 때문에 문을 닫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전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가맹점주들도 사회 한 구성원이다. 본사 직원이 명절에 가족과 함께 보내듯 가맹점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상생이 아니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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